MB 정조준 4대강 감사, 수사 의뢰는 ‘0’…MB "정치적 감사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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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는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런데 감사 때마다 발표가 달라졌다. 이명박 정부 4년차였던 2011년 첫 감사에서 감사원은 “사소한 문제 이외에 전체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둔 2013년 1월 감사에선 “수질 상태가 왜곡 평가됐다”는 지적을 했다. 그해 7월 세번째 감사에선 “이명박 정부가 담합을 방조했다”고 더 강경한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은 4일 발표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MB)을 정조준했다. MB가 무리한 지시를 했고 그 눈치를 본 부처에서 사업 불합리성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평가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감사에 따른 공식 처분은 국토교통부ㆍ환경부에 대해 “앞으로 주의를 요구한다”고 권고한 것뿐이다. 감사원이 그간 정권이 바뀌면 정권 성향에 맞춰 ‘눈치 감사’를 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지난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MB를 직접 만나려 했는데 이는 ‘조사’가 아닌  ‘협조 요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감사원법 규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감사원법이 정한 감찰 대상의 범위에 대통령의 직무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감사원이 전직 대통령의 직무 사안을 놓고 관련 입장을 청취할 수는 있어도 강제 조사를 할 수는 없다. 감사원 박찬석 제1사무차장은 4일 감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감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지시를 했는지 직접 듣고자 했으나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 등 협조를 하지 않아 사유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MB의 대치동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으며 대신 비서관과 통화에서 “질문서 수령이나 조사 자체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감사원의 남궁기정 국토ㆍ해양감사국장 국장은 기자들에게 “협조 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어서 (적용을) 검토했으나 이 전 대통령의 위법 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협조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고발 조치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조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저감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채 환경영향평가가 협의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석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조류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저감방안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채 환경영향평가가 협의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검찰ㆍ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해당 부처에 징계 등 인사 조치를 권고한 건수는 ‘0’이다. 감사원은 이번 결과만으로 4대강 사업이 실패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궁 국장은 “이번 감사 결과로 실패냐 아니냐를 판단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며 “주무부처 장ㆍ차관과 대통령이 충분히 의사소통을 했으면 더 잘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남궁 국장은 “정책을 결정한 분들은 모두 퇴직했고, 그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 직원들에 대해선 사업 추진 후 10여년이 지나 징계 시효가 지난 상황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4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서 금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준설?보 설치 계획 과정 및 수질개선대책 중 문제점 등의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한 것 등의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감사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4일 충남 공주시 공주보에서 금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준설?보 설치 계획 과정 및 수질개선대책 중 문제점 등의 보고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등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마스터플랜을 최종 발표한 것 등의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1]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비서실 명의로 "대법원 역시 2015년 4대강 사업이 적법하게 시행됐다고 판결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반복되는 정치적 감사는 중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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