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빨간 행진' 3년만에 처음으로 2개월 연속 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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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주요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빨간 불이 켜졌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중 경상수지는 3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 전달(7억8000만 달러 적자)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 추세를 이어갔다.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3년 3~4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더구나 이달에는 계절적으로 12월 결산법인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급증하기 때문에 3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 행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개월 연속 적자는 외환위기 직전(1997년 8~10월) 이후 8년여 동안 없었다.

경상수지 악화의 원인은 해외여행과 배당금 지급이 갈수록 많아지면서,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오는 돈보다 해외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는 29억1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외 여행과 유학 등을 반영하는 서비스수지는 지난달 15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원화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국민의 해외 씀씀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외국인의 배당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소득수지도 구조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3월 소득수지는 12월 결산법인의 대외배당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전달 4억2000만 달러 흑자에서 14억7000만 달러의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흐름이 예상보다 나빠지자 경제연구기관들은 경상수지 전망치를 잇따라 수정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기존 전망치(174억 달러)보다 137억 달러나 줄인 37억 달러로, 한국금융연구원은 139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한편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과 소비재판매가 전월보다 각각 0.9%와 1.1% 늘어나 경기의 상승 흐름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대비 10.3% 증가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째 하락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는 경기가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JP모건 임지원 경제분석가는 "환율 하락과 고유가 때문에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고 경제 성장세도 둔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환율 요인 등으로 수출이 둔화되면 시차를 두고 내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구속 등 검찰의 수사 행보가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도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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