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특수훈련 2년|메달 밭 레슬링…낭보가 있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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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 인기 종목의 그늘에 가려 있던 레슬링이 일약 한국스포츠의 간판 종목으로 떠오르게된 데는 선수들의 뼈를 깎는 강훈과 코칭스태프의 눈물어린 지도, 협회의 과감한 지원 등 남모르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이번 서울 올림픽에 대비해 지난 2년간 준비해온 선수들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강훈은 일반상식인들로서는 상상을 불허하는 처절한 것이었다.
호랑이 감독으로 이름높은 안천영(43)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부터 선수들에게는 몇 가지 불문율이 주어졌다.
첫째 레슬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말 것. 둘째 훈련은 실전같이, 합숙생활은 가족적인 분위기로 할 것. 셋째 실전에 임해서는 상대를 압살할 정도의 살의를 품으라는 등이었다.
안 감독은 신체조건에서 서구 선수들에 비해 열세에 있는 한국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강인한 체력에 상대를 집어 삼킬 듯한 근성과 오기였다.
대표팀의 혹독한 훈련은 이렇게 시작됐다.
새벽훈련. 안 감독 등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조별로 편성해 경기도 인근 산을 누비기 시작했다. 한사람의 낙오자만 생겨도 조원전체에게 특수 유격훈련이 별도로 부과됐다. 그밖에도 각 조별 주행기록이 매일 아침 게시돼 선수들간의 경쟁은 불꽃을 튀겼다.
또 선수들에겐 이색훈련명령이 내려졌다.
『이제부터 왼손으로만 식사하고, 왼손만 사용해 훈련할 것』 말은 쉬워도 실제로 왼손만을 사용하는 생활은 답답해 견디기 어려웠다.
이밖에도 코칭스태프는「모로 누워 자기」「이미지훈련」「참선」 등 괴기한(?) 주문을 계속했다. 훈련을 시작한 한달 후에야 선수들은 코칭스태프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었다. 오른쪽 기술만을 특기로 삼던 김영남 등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왼쪽 업어 넘기기 등을 구사하게 됐다. 「장난 같은 훈련」의 성과였다.
특수훈련은「물구나무서기로 운동장돌기」와「외줄타기」「타이어튜브 당기기」 등을 거쳐「한밤중 공동묘지 찾아 절하기」에서 절정을 이뤘다. 근성과 오기를 키우기 위한 새벽1시의 공동묘지 훈련은 선수들에게 두둑한 배짱을 심어주는데 적절한 훈련이었다. 사자와의 대화를 통해 일체의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
합숙훈련 막바지에 강조된「이미지 훈련」은 스포츠에 과학이 도입된 이래 창안된 성공적인 훈련기법중의 하나였다.
각종 국제대회로부터 신속히 입수된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선수들은 상대의 일거수 일투족을 머리 속에 기억한다.
기억된 선수들의 경기모습을 상상하며 머리 속에서 경기를 갖는다. 잠들기전 10분씩 실시된 이미지 훈련의 성과로 선수들은 실전에서 눈을 감고도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영남이 막판 소련선수에게 역전승의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 훈련의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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