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비하? 잘 몰라서 생긴 문제”…멕시코 라디오센트로 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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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만난 멕시코 최대 라디오그룹인 라디오센트로의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 회장. 한류의 가장 큰 매력은 '긍정의 힘'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지난 27일 만난 멕시코 최대 라디오그룹인 라디오센트로의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 회장. 한류의 가장 큰 매력은 '긍정의 힘'이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한류가 전 세계를 무대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여전히 한류 불모지다. 멕시코 인구 1억 3000만 명 중 한류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은 약 1%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멕시코 최대 라디오그룹인 라디오 센트로의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 회장에게 멕시코 내 한류에 대해 물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고메즈 회장은 한국 콘텐트의 가장 큰 장점은 “긍정의 힘”이라고 말했다. 고메즈 회장은 “오래전부터 한국 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 챙겨본 한국 드라마만 수백 편은 될 것”이라며 "대부분 스토리가 탄탄하고 질적으로 수준이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고메즈 회장은 한국 드라마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내에서 점차 가족적인 가치가 소홀해지고 있고, 대부분의 콘텐트도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가치들을 담지 못하고 있다"며 ”그것과 비교해 한국의 드라마는 가족적 가치나 문화적 가치를 놓치지 않아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한국 드라마가 처음 소개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별은 내 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이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방영된 ‘겨울연가’가 인기를 끌지 못한 뒤 한국 콘텐트에 대한 직접 수입 사례가 없었다. 최근에는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포맷을 멕시코의 한 채널에서 구매해 지난해 리메이크작이 방송됐고, 당시 시청률 21.7%로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에도 ‘꽃보다 남자’의 리메이크작이 방송됐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멕시코판 '넝쿨 째 굴러온 당신' [사진 Televisa]

멕시코판 '넝쿨 째 굴러온 당신' [사진 Televisa]

이처럼 간헐적으로 드라마 리메이크작이 방송되는 것 외에 멕시코에서 한국 콘텐트를 접하기는 쉽지 않다. 고메즈 회장은 “멕시코 인구 1억 3000만 명 중에 한류에 대해 아는 이들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나 인터넷을 통해 K팝과 드라마 등을 소수만 제한적으로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멕시코 내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비하 논란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멕시코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 때문이다. 앞으로 한류 확산을 통해 오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한 멕시코 방송사의 한 프로그램 진행자는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며 "게이 클럽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라디오 센트로 그룹은 12개 라디오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라디오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 최대 라디오 그룹이다. 올해 말부터는 3개의 TV 채널을 개설해 TV 방송에 뛰어들 계획이다. 고메즈 회장은 “한국은 멕시코와 14시간의 시차, 1만4000km의 거리라는 어려움이 있지만 원래 산을 움직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자동차나 휴대폰만큼이나 한국의 콘텐트 또한 경쟁력이 있다. 멕시코 시장 진출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일관적인 전략만 있다면 그 어떤 콘텐트보다 빠르게 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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