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령관 부인으로 발표 늦어져|하사관서 사령관까지 전격수사 1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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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건 전모 수사발표가 늦어질수록 잡음이 많아진다는 판단아래 발표를 서두르던 군당국은 그러나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정보사령관이 범행지시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는 바람에 아주 곤혹스런 표정이었으나 그의 당당한 태도로 미루어 이것이 틀림없다고 결론.
이 사령관은 범행을 직접 지시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했다고 하느냐. 내가 했다고 하면 부하들도 다치지 않겠지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누차 부인했다는 것이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그의 태도로 미뤄 진술내용이 틀림없는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언론의 앞서가는 보도 때문에 수사에 혼선을 빚으니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기다려달라』고 간곡히 주문.
군당국은 이진백 정보사령관을 현역군인으로는 최고 책임자로 문책키로 했으나 이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구하는 등 사후수습대책 마련에 고민.
한 관계자는 군이 진상을 규명키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니 국민들도 이해하지 않겠느냐면서도 다소 떨떠름한 표정.
또 이 사령관의 소환·신문이 늦어진 것과 관련, 『군고위지휘관의 신범 문제를 다루는데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그러나 보직해제를 29일 중 대통령에게 건의했으므로 별 문제는 없다』고 설명.
29일 국방부 및 육본에서는 고위 군간부들의 회합이 잇달아 열려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 테러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음을 시사.
이날 오전 육본에서는 이종구 참모총장을 비롯한 국방부 정보본부장·국군보안사령관 등 군수뇌부가 현 병감·국방부 조사대장·법무감·보안부대장 등으로부터 수사진행상황을 보고 받은 뒤 이진백 육군정보사령관의 보직해임 후 정식소환 등을 결정.
이 사령관의 신법처리 방안 등을 마련한 군 수뇌부는 그 즉시 오자복 장관과 최종 대책을 마련한 뒤 고위층에도 이를 보고.
오 장관에게 수사 진전상황과 처리방향을 보고하고 이날 오전 m시반쯤 국방부 청사를 나서는 이 총장은 아주 피곤한 모습이었는데 수사과정을 묻는 보도진에게 『아주 작은 몇 가지 점에서 조사가 미진하지만 대체적인 수사는 완료된 상태』라고 답변.
한편 사건수습 후 퇴임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오자복 장관은 정례회의를 취소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했지만 미태평양 공군사령관의 예방스케줄 등 행사는 대외적인 면을 고려, 예정대로 진행.
군 고위층의 인책범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오자복 장관은 사임이 확정될 경우 6개월 단명장관이 돼 초년3월 퇴임한 17대 최영희 장관(5개월) 이래 최단명을 기록하는 셈.
이종구 참모총장은 지난 6월8일 임명됐는데 사건 발생 직후 관계자를 불러 차량의 철저 수사를 지시했고 박 소령 검거 후 이진백 사령관을 불러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노기를 띠었다는 후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베일에 가려진 정보사령부의 구성과 임무는 물론, 군 명령계통의 상당부분이 공개되자 국방부 주변에서는 군 기밀사항의 노출을 두고 크게 걱정.
특히 업무의 성격상 최고의 보안을 유지해야할 정보사령부가 노출되자 앞으로의 활동에 큰 지장을 받고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 평소 같으면 군부대의 명칠·지휘관 이름 등에까지 신경을 써온 국방부는 사건이 사건인 만큼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주문이 뜸한 형편.
그러나 국방부청사 외곽에 위치해있는 육군범죄수사단은 접근을 통제하고 있고 전화로 수사진행상황을 물어도 『관계자가 없다』 『모른다』 『수사종료 때까지는 말할 수 없다』로 일관.
경찰은 28일 군당국의 수사가 급진전됨에 따라 수사본부인력 중 군과의 공조수사에 대비해 1개반 6명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철수시켰다.
수사본부를 현장 지휘했던 한 간부는 근 20여일만에 강남서로 원대 복귀한 뒤 『비록 공은 저쪽으로 넘어가 버렸지만 최선을 다한 셈』이라며 경찰의 수사권이 군에는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찰이 무성의한 것처럼 비판해온 그동안의 여론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
지난 25일 새벽 육군범죄수사단에 연행됐던 박 소령은 이날 오전 배후를 추궁 받자 자살을 기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사단은 박 소령을 진정시키고 26일 밤 이 준장과 권 준장의 관련사실을 자백 받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육군은 이 사건이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는 점을 중시, 발표문안을 자구 하나 하나까지 체크.
이 때문에 30일 아침 중으로 예상됐던 전모발표가 늦어지고 있는데 29일 오후 중 대체적인 수사를 마무리한 육군의 헌병감·법무감·범죄수사단장 등 수사관계자와 보도관계자들은 30일 새벽까지 수차에 걸쳐 실무협의를 가졌고 이날 아침에야 군수뇌부의 최종 결재를 받았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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