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불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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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늘은 바닷물에 파랗게 비쳤고, 바다에는 물고기들이 득실거렸다. 새들은 하늘 높이 날고 짐승들은 무리를 지어 초원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짐승을 돌보는 이도 없었으며, 물고기를 잡는 이도, 새의 노래를 듣는 이도 없었다. 지상에는 아직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상을 홀로 방황하던「프로메테우스」는 진흙과 빗물로 자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빚어냈다. 거기에다 지혜와 정신의 여신「팔라스·아테나」가 영혼을 불어넣었다. 최초의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들에게 집 짓는 법, 수레에 동물을 메는 법, 배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쳤다. 그리고 갖가지 과학과 기술을 익히도록 했다.
어느 날「제우스」대신은 인간들이 자신만 배불리 먹고 신을 섬기지 않는데 진노,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 버렸다.
사람들은 맛있는 살덩어리가 있어도 구워 먹을 수가 없었다. 대장간도 문을 닫고, 얼음이 어는 밤이면 모두 몸을 웅크리며 떨었다.
인간에게 불어닥친 이 재난을 보다 못한「프로메테우스」는 천상의 불을 훔쳐내기로 결심,「제우스」 신전에 몰래 숨어 들어가 회향 나무 가지에 불을 댕겨 인간에게로 돌아왔다.
마침내 지상에는 집집마다 빵 굽는 냄새,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의「프로메테우스」편은 이처럼 감동적인 한편의 서사시다.
인류의 문명은 인간이「불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 불을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북경 원인이 거주했던 중국 주구 점 동굴에 남아 있는 불 쓴 흔적이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전기 구석기시대 후반이다.
불의 기원에 대해서는 신화와 전설이 나라마다 다르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신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훔쳐내어 인류에게 전했다는 설과 우리의 창 세 신화에 나오는 부소 처럼 먼 시조로부터 발화 법을 배웠다는 설이다.
23일 그리스 올림피아 동산의 헤라 신전에서는 서울올림픽을 밝힐 횃불이 채화되었다. 그 불꽃이「프로메테우스」가 전해 준 천상의 불이든, 채화 경에 의한 인공발화든 간에 동과 서의「만남의 불꽃」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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