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예산은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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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복지와 형평을 앞세워 팽창예산으로 짤 가능성이다.
경제전망에서 볼 때 내년에도 긴축의지가 절실한데 자칫하다가는 정치적·사회적 여건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예산을 크게 늘려 짤 우려가 많다.
민주화시대, 그리고 야 대 정치판도에서 정치적 요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 예산편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축예산을 짜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은 그러한 노력이 미흡하다.
얼마 전 복지론, 안정논의 논쟁이 안정논의 우세로 판가름 난 사실을 새삼 상기할 필요조차 없이 이 같은 논쟁의 결론은 내년에도 우리경제가 존중해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하면 내년 예산도 경제안정기조 고수를 위해 긴축으로 짜든지, 아니면 적어도 균형을 지향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실 정부예산의 의미는 당해 연도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인 만큼 팽창 쪽을 택하게 되면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에 미치는 심리적 파급은 심장하고, 지금과 같은 경제여건에서는 인플레심리를 더욱 조장하여 경제안정정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정부는 19조2천6백44억 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고 올해 예산대비 증가율이 10 3%에 그쳤음으로 금년예산증가율 12·2%보다 낮으니 긴축예산으로 짰다고 설명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작년 기준대로라면 담배소비세 등 중앙정부예산이 지방예산으로 이전된 것까지를 포함하면 내년도 예산증가율은 13·6%에 이르고 있다.
누가 뭐 래도 내년도 예산안은 긴축보다는 팽창예산으로 보아야 한다.
정부에서 이 같은 예산안을 내놓기까지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야 대 정치 판이며, 사회의 다양한 욕구를 감안할 때 그렇다.
문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정부의 예산안이 민정당 과의 협의를 거쳐 국회의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조정이 이루어질지 국민적 관심사다.
우선 과거 여대의 정치판도 시절에는 예산절약이 국민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논리에서 야당 측은 예산삭감에 앞장섰으나 실적은 미미했다. 이제는 상황이 변하여 야대 인만큼 국회의 예산심의과정은 종전과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 여야 안 가리고 복지다, 균형발전이다 해서 선거공약을 많이 해 놓고 있는 터여서 국회의 예산심의 때 정부안의 증액 수정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와 형평도 중요하지만 팽창예산으로 내년도 예산이 짜여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 강조해 둔다.
어차피 정부안을 보면 농어촌과 근로자 복지, 지역 균형발전 등 복지와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경제안정 기조를 지켜야 하는 만큼 예산심의는 신중함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정부는 적어도 정부예산안의 고수노력이 있어야겠고, 국회심의 과정에서 복지를 더욱 생각한다면 방위 비를 포함한 경직성 경비를 재조정함으로써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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