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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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뉴요커들은 그 곳을 「뉴욕의 허파」라고 부른다. 맨해튼의 지형대로 길게 자리 잡은 센트랄 파크는 길이가 4km, 폭이 8백m나 되는 큰 공원이다. 뉴욕사람들은 이 공원벤치에서 사색도 하고, 한낮에는 벌거벗고 조깅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층빌딩들이 임립한 속에서 이 공원은 뉴욕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뿐 아니라 맑은 정신도 공급한다. 누군가는 이 공원이 없었으면 그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있어야할 뻔했다고도 말한다.
아름드리 수목들이 우거진 숲하며, 한 가운데에 있는 호수하며, 산책로와 자전거 길, 여기저기 잘 가꾸어진 화원은 사람들의 허파를 깨끗이 해주고도 남는다. 한쪽엔 승마장도 있고 다른 한쪽에는 미식축구장도 있다.
이 공원은 원래 한 시인의 집념에 의해 착상되었다. 그 무렵 「W·브라이언트」라는 시인은 뉴욕 포스트지의 편집자이기도 했는데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신문지상을 통해 공원 건립을 주장했다. 그는 『스케치북』의 작가 「워싱턴·어빙」과 함께 뉴욕시 공원국 자문위원이 되기도 했다.
뉴욕시는 드디어 1856년 이 땅을 5백 50만 달러에 구입, 설계를 공모했다. 「F·옴스테드」와 「칼버트·보」의 작품이 당선. 그후 9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7만 5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등 공사는 20넌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뉴욕의 일이 이제 서울에서도 일어날 기회가 왔다. 용산의 미 8군이 이사갈 채비를 하자, 서울시는 천만다행으로 이 자리를 공원으로 만들 뜻을 밝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계획은 성사돼야한다.
우선 우리도 이 공원의 설계를 공모에 부쳐 백년, 천년 갈 작품으로 남겨야 한다. 계획도 없이 관리들의 책상궁리로 사방에 시멘트벽이나 쌓고 이상한 구조물들이나 만들어 놓으면 때려부술 수도 없고 공원 아닌 「잡원」이 될까 두렵다.
이 기회에 또 하나 꼭 당부하는 것은 한국적인 공원의 모델을 한번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특유의 정원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다. 그것은 비원의 풍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도 좋고, 아니면 시골 전원의 자연스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공원문화를 재현해 보자는 것이다. 서울시에 간곡히 당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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