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40세 골프장 여사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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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도 가평의 크리스탈밸리 골프장 로비에 들어서면 정장 차림으로 활짝 웃으며 손님을 맞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최성이(40) 총지배인이다. 그가 21일 이 골프장의 최고경영자(CEO) 사장으로 발탁됐다. 골프장 오너의 배우자나 딸이 사장을 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공채 출신 여성이 사장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빨리 사장이 될 줄은 몰랐는데…. 어깨가 무겁습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해 크리스탈밸리CC를 국내 최고 수준의 명문 골프장으로 도약시키겠습니다."

1965년 11월생인 신임 최 사장은 지난해 2월 이 골프장 개장과 함께 공개모집을 통해 지배인으로 입사했다. 전공(명지대 가정학과)이나 경력(외국계 회사 홍보.마케팅 담당→개인 이미지 컨설턴트)이 골프와는 무관한 여성이, 4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간부로 입사한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그래서 한때 골프장 직원들로부터 오너의 친인척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경영 행태가 보수적인 골프장에서 그는 2개월 만에 전무급 총지배인이 된 데 이어 다시 1년 만에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이 골프장의 오너인 홍광표 회장(서울 세란병원 원장)은 "최 사장은 항상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아니다 싶을 땐 단호히 '노'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면서 "업무능력은 물론 세련된 매너와 친화력을 갖춰 골프장 전문경영인으로서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입사 이후 골프장에서 살다시피하면서 클럽하우스는 물론 코스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였지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까지 애착을 쏟다보니 이제는 골프장이 내 집 같이 느껴집니다."

미혼인 그는 남성들과 같은 레귤러 티잉 그라운드에서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내는 수준급 골퍼다.

최 사장은 "골프장들의 서비스 품질 경쟁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회원들이 최고의 시설에서 품격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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