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점수 95점|김정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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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니 며느리 자랑도 팔불출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따로 있게 마련인데 우리 새아이는 장점만 눈에 띄니 자랑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시하고 시간 관념도 뚜렷하다. 정직하며 생활태도가 검소할 뿐 아니라 웃어른을 섬기는데 예의가 바르다. 이러니 어찌 만족하지 않으랴.
그래서 어느 날 참다못해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며느리 자랑을 했다.
『나는 복이 많은 것 같아. 며느리를 잘 맞은 것 같다고. 어디 나무랄 데가 있어야 말이지. 트집을 잡을 라야 잡을 데가 없구나. 고부간의 갈등은 영원한 숙제라는 말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까.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딸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아무튼 95점은 충분하다니까…』
그 말을 듣고 아직 며느리를 맞지 못한 친구가 심술 (?)을 부렸다.
『이제 며느리를 맞은 지 몇달이나 되었다고 그런 속단을 내리누. 처음 시집 왔을 때는 다들 100점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 95점이라면서 무엇을 자랑허누. 100점이 90점이 되고 또 80점, 70점으로 내려갈 터이니 두고 보렴. 「토끼 같던 아내가 첫아이를 낳더니 호랑이로 변했네」하는 최희준의 노래 가사도 모르는 모양이군. 두고 보렴』하는 거다. 하지만 성품이 반듯하고 심성이 착한 것은 어디 세월이 흐른다고 변하는 것인가?
인간 관계가 모두 감정이 문제인데 서로 사랑하고 서로 양보할 때 마찰이 일지 않는 것은 철칙이라 생각된다.
외손뼉이 소리가 날리는 없지 않은가?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친구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고부간이 되리라고 다짐해본다. <서울 성북구 정릉 3동 900의3 25통 2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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