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자 공방」등 "산너머 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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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휴전일자 발표가 임박해진 이란·이라크의 8년 전쟁은 전투 중지는 쉽게 타결되더라도 휴전후의 협상에는 많은 장애가 남아있다.
이 전쟁은 지금까지 1백만명 이상의 희생과 4백여척의 각국 유조선 피해, 양국 합쳐 모두 2천여개 도시가 파괴되는 대규모 손실을 가져왔다.
미국 정부통계에 따르면 전장 전사자는 이란군의 경우 26만 2천명, 이라크 10만 5천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민간인들도 전사자 수에 버금갈 만큼 커다란 희생을 치렀다.
이 같은 양국의 대규모 전쟁 손실은 휴전이 타결되더라도 후유증 치유에는 더욱 감정적·현실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있고 이것은 양국 모두에게 전쟁종식을 위한 명분 찾기로 경색된 입장을 불가피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라크 휴전협상에서 가장 크게 쟁점이 될 것은 역시 「누가 침략자인가」를 가려내려는 이란 측의 집요한 노력으로 명분 논쟁이 크게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란의 「호메이니」옹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침략에 대한 책임」과 퇴진이 가장 큰 초점이 되고있다. 이란 측은 「후세인」대통령과 그의 각료들에 대한 뉘른베르그식 국제 「전범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범재판」 문제는 휴전에 따른 전쟁 피해보상 문제와 전쟁전의 국경선 회복, 그리고 국제적 정당성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이라크는 물론 이 주장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오랜 시간을 끄는 논쟁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명분에 못지 않은 휴전협상의 대상은 국경선 회복 또는 재조정 문제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생명수로인 샤트 알 아랍수로의 분할 문제다.
전쟁전 이 수로의 관할선은 이라크 강안으로 돼있어 이란은 이 관할선, 즉 국경선을 고집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라크는 전쟁 발발 후 관할선을 이란 강안으로 할 것을 주장해 왔다.
국제법상으로는 양국이 접한 강의 경우 강 중심을 관할선으로 확정하는 것이 통례다.
이 수로의 국경선 문제는 이란내의 강경파가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국가 자존심」이 걸려 있고 이라크의 경우 국가경제 및 운명과 관련돼 있어 역시 타결이 쉽지 않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이라크 내에 있는 반 테헤란 회교정부 단체의 인정 등 이란이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 등도 복병으로 남아있다.
휴전협상에서 가장 먼저 대두하고 시행이 급한 문제는 우선 전쟁포로 교환과 원래 국경선으로의 양국군 철수다. 이 두 가지는 휴전일자 발표에 이어 곧장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년 동안 국제적으로 고립된 이란은 미소 등과 유대를 가져온 이라크에 비해 협상에서 국제적 동조를 얻지 못해 열세에 놓일 것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이란 내 강경파의 계속된 주장이 테헤란 정부의 대외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전투는 끝나도 전쟁종식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진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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