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 교육이 학교 서열 화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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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치맛바람·고3병·비밀과외 등 갖가지 부작용을 빚고 있는 한국 교육현상의 뿌리를 캐 보는 세미나가 열려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교육학 분야의 30대 소장학자들과 대학원생, 현직교사 및 교육민주화운동단체 관계자 등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2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열린「한국교육의 중층성 분석 세미나」는 한국의 교육현실을「서구교육구조가 지배적인 가운데 전통교육구조가 강하게 보존된 중층적 상황」으로 규정하고 그 중층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탐색했다.
「한국교육의 역사적 현재구조 파악을 위한 상상력」을 발표한 이종각 교수(강원대)는『한국사회의 분단 성·계급 성·예속성·반 봉건성 등 이 한국교육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여 학생들에게 반공의식 및 국가안보의식, 계층상승 및 경제지상주의, 미국식 민주주의 및 사대주의, 권위주의 및 충효사상을 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유교적 교육진통, 일제 식민지교육, 해방이후 미국식 교육의 영향 등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지위 지향적 교육, 전시적 교육행정, 교육의 정치도구화 외에도 치맛바람·재수생 양산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분석.
조선시대의 입신양명·출세지향 적·인문숭상 적 교육의식이 해방 후 개방교육정책과 결합되어 비능률적 교육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심야학습·특공대(일류대 진학을 위해 편성된 우수 반)·학력인플레 등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어 일제교육의 잔재인 관 주도 교육행정은 모든 교육행정기관과 학교들을 서열 화시키고 교육을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밖에도 교육학자집단·문교관료·교장 등 교육계의 3대 지도층 사이에 바람직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감시체제는 없는 채로 평교사나 학부모들의 교육관·사명감·교육기술 등만 나무라는 것도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에서 중층성의 의미」를 발표한 김안중 교수(서울대)는『중층 성이란 개념은 소위 마르크시스트의 개념』이라면서『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콤플렉스에 시달려 온 우리사회에서 이 같은 논의를 시도한 것은 마르크시즘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한편 한국 교육문제를 반성적으로 연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세미나 참가자들은『이제까지는 대체로 현행 문교정책의 발전·개선방안을 연구하는데 치중해 온 교육개발원이 한국교육의 방향과 이념이 제대로 잡혀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자 시도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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