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마 냈는지 안 밝혀져|윤곽 드러난 새 세대육영회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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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 세대육영회(회장 이순자)가 1일 그 동안 의혹의 초점이 되어 온 명예회원과 기탁건수 및 연도별·액수별 분포 등을 밝힘으로써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육영회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육영회 측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개인별기탁금액과 모금의 구체적인 방법 등에 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 또 문교부·시교위의 실태조사에 앞서 지난 4월 이미 원장부상의 명단을 지워 버린 것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명예회원=육영회가 1일 밝힌 명예회원 및 단체는 모두 2백42명(사망 3명 포함)으로 지난달 21일 문교부가 자체실태조사를 통해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상의 9백19명은 명예회원수가 아닌 기탁건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직업별로는 대기업·금융계 등 재계인사가 전체의 70%가량으로 가장 많았고 이밖에 대학총장·이사장·병원장·공무원 및 은행간부 부인·지방경제인사·종교계인사·사회단체대표 등 이 각각 3∼4명씩 참여했다.
◇기탁건수=육영회발표에 따르면 지난 81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9백19차례에 걸쳐 기탁금이 들어왔으며 이중 5백 만원 이상의 고액은 대부분 협회가 아닌 청와대에서 회장이 직접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설립 첫해에 기탁금이 7년간 총액의 절반이 넘게 모아진 것은 이때의 기탁건수 중 1억 원 이상이 16건에 이르는 등 대기업 등 재계와 금융계인사가 대거 참여하면서 개인별 찬조금단위가 높았기 때문.
해가 갈수록 기탁자수는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었으나 기탁금액 자체는 급격히 줄어들어 86년 이후에는 매년 1백 건이 넘었는데도 액수로는 모두 합해 1억 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의문점=육영회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개인별 기탁금액 등 이 밝혀지지 않음으로써 모금과정에서의 강제성여부와 축재여부 등에 대한 의혹은 씻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창립직후부터 지난 3월 장부 및 통장을 협회에 넘겨줄 때까지 6년 동안 대부분의 고액기탁은 청와대에서 직접접수, 관리했고 육영회는 매년 필요경비를 예산에 편성, 이순자 회장으로부터 타서 쓴 것으로 밝혀져 이 기간 중의 실제찬조금액과 장부상액수와의 일치여부에 대해서는 개인별 찬조내용이 공개되지 않고서는 입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육영회 측은 회장 이씨의 지시에 따라 지난 4월 원장부상의 기탁내용을「완전말소」해 버렸다. 이순자씨가 알고 있을 원 부를 공개하기 전에는 사실확인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시교위와 문교부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 방치한 것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순자씨는 받은 찬조금을 바로 협회금고에 넣지 않고 일단 은행에 예치한 뒤 예금만기가 됐을 때 육영회에 넘겨 왔다. 1백29억 원이 모금됐던 81년 육영회 장부상입금액은 불과 4억 여 원으로 계상 됐고 4천1백여 만원에 그쳤던 87년에는 장부상엔 96억 여 원이 입금 처리되는 등 회계관리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육영회 측은『청와대에서 받았어도 이씨가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 비서관을 거쳤으며 모두 개인명의가 아닌 육영회명의의 통장에 바로 입금됐고 영수증 또는 확인 서를 기탁 자에게 발부해 주었기 때문에 횡령의 여지는 없다』고 밝히고『명단삭제는 기탁 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조성과정에서의 강제성 여부로 설립초기에 K모씨 등 일부이사들이 기업 등에 헌금을 강요해 잡음이 빚어지기도 했고 전체모금 액의 82%가 모아진 81∼82년엔 회장 이씨가 직접 거액 찬조 자는 청와대로 초청, 만찬에 참석케 하면서 모금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지방순시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녀과장 등 이 정·재계인사부인들을 소집, 공공연하게 찬조금을 모금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교부도 지난 국회에서「모금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점」을 시인했었다. 육영회 측은 그러나 설립초창기의 경우 앞다퉈 내려는 등「알아서 기는」실정이었고 이 때문에 청탁 등 이 따르지 않는 양질의 기탁금만 받도록 이씨가 지시를 하기도 했으며「강요가 아닌 협조사항」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육영회 측의 회원명단과 기금조성내용공개는 육영회를 둘러싼 의혹과 루머를 밝혀 내는 첫 단계인 셈이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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