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삽 한 손엔 성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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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일 타계한 가나안농군학교설립자 김용기 장로는 평생을 한 손엔 삽, 한 손엔 성경을 든 독실한 신앙인 이자 이상적 농촌을 건설하려는 농민운동가로 살았다.
1908년 경기도 양주의 기독교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자랐다.
일제하에서「가난을 이기는 것이 애국하는 길」임을 자각한 그는 일찍부터 농촌운동에 뜻을 두어 1931년 고향인 경기도 양주군 와부면 능내리에「봉안이상 촌」을 건립, 독립투쟁과 농민운동을 연계시켰다. 김씨는 이와 함께 교회도 설립, 신앙을 펴는데도 노력했다.
이 이상 촌에서 주택개량, 농사의 합리화, 토양·비료에 대한 연구를 했다. 김씨가 연구해 낸 고구마재배와 저장법은 유명하다.
농민사관학교인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한 것은 1962년. 제1, 제2 가나안농군학교를 만들면서 그는 20여만 명의 농군을 교육시켜 배출했다. 「한국의 농업을 개선하고 농촌생활에 기쁨과 품위를 불어넣은」그는 66년 막사이사이상 사회복지부문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굵은 손가락마디와 검게 탄 팔뚝의 김 장로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으러 갈 때에도 작업복차림에 고무신을 신은 농군이었다.「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는 성경구절을 누구에게나 강조했던 그는 흙 속에서 배우고, 일하고, 겸손한 것이 참된 삶임을 느끼게 하려 애썼다.
그는『나의 한길 60년』『가나안으로 가는 길』등 10여권의 저서를 냈다. 그의 아들·딸들도 모두 농군이다. 현재 가나안농군학교 교장은 장남 종일씨가 맡고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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