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활성화 대책 없이 3중·4중 규제 장벽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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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책의 초점은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수요 근절'에 맞춰져 있다.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은 "최근 강남권의 집값 상승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강남 부동산시장에선 '그들만의 머니 게임'과 '그들만의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시각에서 나온 대책이 개발이익의 최고 50%까지 거둬들이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와 돈을 빌려 강남 아파트를 사기 힘들게 만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이다. 적용 대상은 대부분 강남 아파트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대책은 DTI다. 나머지 대책은 그동안 시장에서 거론되던 내용이다. DTI에 대해 정부는 "강남권 집값을 끌어올리는 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로 집을 사는 게 과연 가수요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강남 집을 살 때 자금조달 계획과 실제 입주 여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자금조달 계획을 내라는 얘기는 가족 돈을 빌리거나 재산을 물려받아 집을 살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다. 이번 규제로 직접 영향을 받게 될 사람은 대부분 봉급생활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부담금은 앞으로 입법 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당장 "지나친 사유재산권 침해로 조세저항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철저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남 아파트의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는 이번 대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강남 아파트 소유자 중 상당수가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런데도 거래 활성화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강남 아파트 소유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강남의 투기 수요 억제에 삼중, 사중의 규제 장벽이 쳐졌다"며 "이런데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제4, 제5의 대책을 또 마련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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