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승리의 한 수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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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국 하이라이트>
○ . 이창호 9단(한국) ● . 뤄시허 9단(중국)

복잡한 것을 어떻게 단순화하느냐. 이게 진정한 능력이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도 때로는 단순함을 버리고 복잡하고 후퇴 불가능한 진창길로 빠져든다. 누구나 눈이 멀 때가 있다.

장면도=패싸움에서 밀린 뤄시허(羅洗河)9단이 3분여의 장고 끝에 167로 버텼다. 167로 A에 두면 아무 일도 없다. 다만 백이 167로 찌르는 수를 선수로 당해야 한다. 백B로 따내는 수도 선수가 된다. 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이길 수 있다면 당연히 이 길이 안전한 길이다. 하지만 뤄시허도 그 길은 자신이 없다. 계산은 아득한데 왠지 덤에 걸릴 것만 같다. 그래서 167로 버틴 것이다. 하나 167은 위험한 수다. 귀쪽은 맛이 나빠 뭔가 수가 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그 수들 중에서 백을 승리로 이끄는 수는 단 한 가지다. 그 수는 무엇일까. 그 한 수에 이창호의 우승과 2억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참고도1=백1의 치중수가 이 판을 승리로 이끄는 유일한 한 수였다. 흑2엔 3으로 넘는다. 백A도 선수여서 흑집은 크게 부서진다. 미세한 가운데 흑이 덤을 낼 수 없게 된다.

참고도2=흑2로 버티는 것은 백3, 5로 파탄을 맞는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이 수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 수를 못 봤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그는 이 코스가 여전히 불안했기에 난해한 수순을 동원하여 끝장을 보고자 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진창길에 발을 담근 것이다. 그게 이날의 운이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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