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칼슨그룹 회장 "한국 찾는 관광객 3배 불릴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미국의 호텔.관광업체 칼슨 그룹이 국내에 호텔 건립을 추진한다.

이 그룹의 매릴린 칼슨(사진) 회장은 29일 "한국에 호화(luxury) 호텔을 짓겠다"고 말했다. 국내 신규사업 검토차 방한한 그는 이날 서울 리츠칼튼에서 기자와 만나 "아시아에서 초대형 여객선(크루즈)과 호텔을 연계해 품격있는 여행 사업을 할 생각"이라며 "한국에서는 제주도 등지가 호텔을 세울 후보지"라고 말했다. 칼슨 그룹은 '래디슨 호텔 앤 리조트'를 비롯해 크루즈.여행사.레스토랑(TGIF) 사업 등을 한다. 국내에서는 롯데그룹과 손잡아 TGIF 외식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전세계 매출은 약 300억 달러(30조원)다.

칼슨 회장은 "(한국을 포함해)TGIF 에서 일하는 젊은이들 중 경영.관리 쪽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뽑아 호텔 등 그룹 내 다른 사업 분야에서 일할 기회를 주겠다"며 "계열사간 글로벌 인재 교류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광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관광 잠재력이 큰 한국에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600만명 밖에 오지 않는 것은 미스터리"라며 "칼슨 계열 여행사의 전세계 네트워크가 힘을 보태면 관광객 수가 세 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슨의 여행 사업 규모는 현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그룹에 이어 미국내 2위다. 칼슨 회장은 "1위가 야망(ambition)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회사를 키우겠다는 욕심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객을 늘리면 구매력이 강해져 비행기표 등을 싸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이익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칼슨 회장은 "1위가 되면 여행 서비스를 지금보다 10~15% 싸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린린 칼슨 회장은 창업자인 선친 커티스 칼슨 회장의 뒤를 이어 1998년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칼슨 그룹에 입사한 지 30년 만이었다.

CEO가 된 직후 그는 F-16전투기에 미 공군 조종사와 함께 타고 비행을 했다. 급격한 수직 상승, 360도 회전비행은 견디기 힘든 체험이었다고 한다. 그는 "코끼리가 몸을 짓누르는 듯한 압력을 느꼈다. 전혀 숨을 쉴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F-16에 탑승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한계를 깨뜨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칼슨처럼 그룹이 커지면 임원진은 보수적이 돼 새로운 일은 하지 않으려해 CEO로서 이런 생각을 없애야 된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란다.

27일 저녁에 내한한 칼슨 회장은 대한항공.한국관광공사 관계자 등과 만나 사업 논의를 한 뒤 30일 미국으로 떠났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