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전국 첫 지방공휴일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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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해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해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70주년을 맞는 제주 4·3 희생자추념일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의 지방공휴일로 지정된다.

정부 제동에도 조례안 도의회 통과 #원희룡 지사 “재의결 수용 즉시 공포” #정부 제소 가능성, 실제 휴무 불투명

20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의 재의 요구로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에 관한 조례안 재의요구안’이 가결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공공기관 휴무에 따른 혼란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조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방공휴일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31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된 조례안은 4·3추념일인 매년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제주특별자치도 본청과 하부 행정기관, 도 직속기관 및 사업소, 도 합의제행정기관 등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본회의 가결 직후 도의회의 재의결을 수용했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에서 재의에 부쳐 의결된 조례안은 조례로서 확정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조례안을 이송받은 뒤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지방의회의 의장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다. 원 지사는 “도의회의 재의결을 제주도민의 뜻으로 존중해 수용하겠다”며 “재의결된 조례가 제주도로 이송되는 21일쯤 즉시 이를 공포하고 4·3지방공휴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방공휴일이 처음 시행되더라도 도민들의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례안에서는 지방공휴일을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이 공식적으로 쉬는 날’로 정의하고 있어서다. 적용 대상이 제주도의회와 제주도 본청·행정시·산하기관·사업소 등인 점이 한계로 꼽히는 이유다.

해당 조례의 경우 ‘제주도지사는 4·3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한 후 도민이나 도내 기관, 단체, 기업 등이 지방공휴일 시행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 역시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최환선(66·제주시 오라동)씨는 “전체 도민이 쉬지 않고 공무원 위주로만 휴무를 한다면 지방공휴일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지방공휴일이 첫 시행되는 올해 4월 3일에 실제 휴무를 할 수 있는 지도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조례의 위법 여부를 가려달라’며 대법원에 제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지방공휴일 지정이 추진된 적이 없고 지방공휴일을 조례로 제정할 수 있다는 위임 법령이 없다는 점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지방변호사회 소속인 안홍모 변호사는 “현행 대한민국 법령에서는 지방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없다”며 “정부에서 대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을 할 경우 올해 4월 3일이 실제 공휴일이 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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