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이창호가 낸 마지막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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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결승3국 하이라이트>
○ .이창호 9단(한국) ● . 뤄시허 9단(중국)

이창호는 부동심(不動心)의 화신이었다. 그는 아무 수도 내지 않는 듯 보였고 단지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종반으로 갈수록 차이를 점점 더 벌려 나갔다. 2, 3집 진 바둑은 반집으로 이겼고 미세한 바둑은 큰 차이로 이겼다. 종반은 이창호의 독무대였기에 엇비슷한 형세라면 승리는 이미 이창호의 것이었다. 마치 이창호는 가만히 있는데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는 듯 보였다.

장면도(149~162)=중앙에서 백이 끝낼 기회를 놓치면서 바둑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미세해졌다. 흑이 최후의 큰 곳인 149를 두었을 때 '흑 우세'라는 형세 판단도 등장했다. 집은 약간이지만 확실히 밀린다. 이대로 그냥 가면 지는 것이다. 백은 두터움이 있는데 그 두터움을 어떻게 활용하여 집 차이를 극복할 것인가. 예전 같으면 이창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을 상황이건만 검토실의 분위기는 불안하다. 154가 날카롭다. 이창호 9단이 뤄시허(羅洗河)의 심금을 흔들고 있다. 157의 패를 지면 154는 순전히 보태주는 수. 그래서 154는 더욱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참고도=154에 흑1로 받으면 백2가 선수로 듣는다. 흑이 선수로 젖힐 수 있는 곳을 백이 먼저 젖히면 4집 차이가 난다. 게다가 백에는 A의 끝내기마저 남는다. 이 그림은 백 승이다. 그래서 뤄시허 9단도 161로 버텼고 이창호 9단은 3분여의 장고 끝에 162로 뻗는다. 승부다. 이 수가 뭔가를 얻어낸다면 백이 추격에 성공한다. 그냥 아무 사고 없이 끝나면 흑 승이다(160=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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