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의 컨설팅회사 인베스투스글로벌 서울 여의도 63빌딩 사무실. 인베스투스는 신생 회사임에도 매우 높은 실적을 올렸다. 최정동 기자
28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인베스투스의 재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03년에 88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직원은 35명이었다. 1인당 2억530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국내 컨설팅사의 한 임원은 "신생 회사임을 감안하면 아주 우수한 실적"이라며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따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02년 8월 16일 아서앤더슨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인베스투스를 세웠다. 자본금은 10억원이었다. 인베스투스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2003년엔 SK의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는 등 큰 사업이 많아 실적이 좋았다"고 밝혔다. 인베스투스는 같은 해 대우상용차의 매각 주간사로 선정됐고, 진로의 외자 유치 자문사로도 활동했다. 이에 앞서 김씨는 1997년 말 아서앤더슨 한국지사장에 취임한 뒤 대우 계열사의 매각 자문과 자산관리공사의 부실 채권 정리 등 굵직한 구조조정 일감을 많이 따냈다.
컨설팅사의 경우 인건비.운영비.세금 등을 뺀 순익은 매출의 30% 정도로 추산된다. 따라서 인베스투스의 2003년 순이익은 26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회사를 세운 지 1년 만에 자본금의 2.6배에 이르는 순이익을 낸 것이다.
이에 대해 대형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는 "규모가 작아도 수주 능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얼마든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는 항상 손해배상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오래되고 검증된 회사에 일을 맡기는 게 관례"라고 말했다.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작은 컨설팅 회사들은 통상 벤처회사의 인수합병(M&A) 주선 같은 일부터 한다. 인베스투스의 2004년 매출은 45억원으로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잇따르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작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실적 역시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시기에 김씨가 은행 대출을 주선하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인베스투스의 거래 업체들이 잇따라 계약을 끊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베스투스는 우리금융지주와 손잡고 만들기로 했던 7000억원 규모의 '우리 PEF(사모펀드)'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김준술 기자<jsool@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