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디자인→증권→패션→여행사 … 그녀의 변신은 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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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로드아일랜드대에서 언론홍보(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 전공. 세계적인 패션 학교인 프랑스 파리 에스모드에서 의상 디자인 공부. 1995년 영국계 투자회사의 뉴욕 지사에서 증권맨으로 사회에 첫 발. 2001년 한국에 돌아와 패션 업체 근무. 현재는 프랑스계 여행사인 클럽메드 한국 지사장. 상희정(37.여.사진) 사장의 이력서를 보면 그는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다.

그는 에스모드 재학시절 프랑스인 친구 소개로 대학 캠퍼스 바로 건너에 있는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침 한국 진출을 검토하던 영국 투자 회사 인터캐피탈의 눈에 띄었다. 뉴욕 지사로 발령이 났다. 상 사장은 "솔직히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데 솔깃했지만 한 시라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일이어서 그런지 6년간 일을 하니까 고달펐다"고 말했다.

그러던 차에 고국의 모친이 귀국해 같이 살자는 연락을 했다. 바로 짐을 꾸려 한국에 돌아와 명품 브랜드인 셀린과 에스티로더 등에서 일했다.

그러다 헤드헌팅 업체 소개로 2004년말 클럽메드 지사장으로 옮겼다. 명품 회사 루이뷔통 출신인 본사 사장이 "한국의 새 지사장은 여행업계 출신이 아닌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헤드헌팅 업체에 주문했다. 상 사장은 또 진로를 바꿨다.

그러나 처음엔 고충이 적지 않다. 클럽메드는 일반여행사와는 달리 전세계 90여곳에 리조트를 운영하면서 휴양여행 프로그램을 내놓는 곳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클럽메드 리조트가 한곳도 없다. 그는 궁리끝에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한 카페를 빌려 클럽메드 리조트처럼 꾸며 놓고 실제 리조트에서 하는 공연 등을 선보였다. 하루 행사 동안 350여명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1000여명이 몰렸다. 홍콩 법인도 지난해 10월 이와 비슷한 행사를 열었다.

상 사장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 2월말까지 출산 휴가를 다녀왔다.그러나 제대로 쉬지는 못했다고 한다. 일이 자꾸 생겨 휴가중 1주일에 사흘은 회사에 나갔다. 그러나 그는 "직원의 출산 휴가는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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