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50만 명 이민법 반대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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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5일 50여만 명의 시위대가 반(反)이민법 제정 추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가 '반(反) 이민법'으로 연일 시끌시끌하다.

미국 의회의 반이민법 제정 추진에 각 종교단체와 소수민족 출신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50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도심 한복판에 집결해 이민법 저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시위 규모는 1960~70년대 베트남전 반대 시위 이래 최대 규모다. LA 경찰도 "이날 시위에는 최소한 5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LA지역 종교.시민단체 회원과 라틴계 및 한인 동포들은 이날 LA 도심에 있는 시 청사 주위에 모여 "반이민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반이민법으로는 불법 이민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는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시장과 길 세디요 주 상원의원 등 이 지역 출신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수가 2000년 840여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1200여만 명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 내 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미 하원이 지난해 12월 이 법안을 통과시키자 종교.시민단체들이 "반이민법의 내용이 지극히 비인도주의적"이라며 잇따라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LA 가톨릭 대교구의 로저 마호니 추기경은 신도들에게 반이민법에 적극 저항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대부분의 시위대는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셔츠를 입고 미국 국기를 흔들며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미국 국기와 멕시코 국기를 함께 흔들며 "우린 해낼 수 있다(Yes, we can!)"고 외쳤다. 14년 전 엘살바도르에서 건너왔다는 살바도르 헤르난데스(43)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하지만 난 결코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상원 심사를 앞두고 미국 내 정치권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민주당.뉴욕) 상원의원은 "하원이 처리한 새 이민법안은 천박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멕시코 국경 경계를 강화하는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신홍 기자

◆ 반이민법=제임스 센센브레너 연방 하원의원이 제안해 '센센브레너 법안'으로 불리는 반이민법은 ▶불법 체류자들에 대해 5년 내에 일단 고국으로 돌아간 뒤 임시 근로자 또는 영주 희망자로 다시 신청하도록 하고▶불법 체류자를 계속 고용하는 고용주는 형사 처벌하도록 했다. 또 20억 달러를 들여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국경에 320㎞에 달하는 담을 세워 불법 체류자들의 미국행을 막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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