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차라리 무능한 검사가 돼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수사관행을 질타하고 나섰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에 대한 솔직한 내부비판이다. 그는 뇌물이나 횡령 혐의로 수사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조세 포탈 등 다른 혐의로 압박을 가하는 식의 수사 관행을 '비겁한 짓'이라고 표현했다. "차라리 무능한 검사라는 소리를 듣는 게 낫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와 '품격 있는 수사'에 대한 주문으로 보인다.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본분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수사성과를 내야 한다는 욕심이 지나치면 상대적으로 인권 문제에 소홀해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변화된 수준에 맞는, 피의자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중앙지검장은 "검사와 가족, 주변 사람들이 1년간 계좌추적과 출국금지를 당하고 검찰에 불려다닌다고 생각해 보라"고 반문했다. 수사를 해보고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자는 것이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한때 우리 사회에는 "형사는 패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라는 비아냥이 있었다. 이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검찰 스스로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를 절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모처럼의 내부 비판을 계기로 검찰이 거듭나길 다시 한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