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한 이미지론 살아남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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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부들 사이에 성형수술 붐이 일고 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1일 보도했다. 성형수술은 그동안 연예인이나 일부 정치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예쁘고 멋지게 보이기 위한' 허영심의 발로쯤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30~40대의 젊은 CEO들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성형외과 의사협회(ASPS)의 브루스 커닝햄 회장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젊은 CEO들이 늘면서 (나이 든) CEO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쇠한 이미지론 살아남기 어렵다'는 절박감이 이들로 하여금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의술의 발달로 성형수술의 회복 기간이 대폭 짧아진 것도 초 단위로 움직이는 CEO들이 성형수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과거에는 6주가량 걸렸던 회복 기간이 요즘엔 며칠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최근 1만5000달러(약 1500만원)를 들여 얼굴주름 제거 수술을 받은 기업인 먼로 갱(59)은 "약혼녀(40)와 같이 다닐 때 아버지나 큰오빠로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첨단기술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150명의 직원들과 경쟁사 임원들이 대부분 40세 미만인 것도 수술을 결심하게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성형수술에 대한 남성들의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미용성형수술 협회(ASAPS) 조사에 따르면 성형수술에 찬성하는 남성은 전체의 52%로 최근 몇 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베벌리힐스 성형수술연구소의 앤서니 그리핀 박사는 인터뷰에서 "앞으로 남성 CEO들 사이에 성형수술은 필수 과정이 될 것"이라며 "간단한 시술로도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부동산 업계의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머리카락 이식과 눈꺼풀 수술을, 빌 게이츠에게는 라식수술과 눈꺼풀 수술을 각각 조언했다. 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는 주름을 없애기 위한 레이저 박피와 코 수술을,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에게는 이마 넓히기와 목 주름살 제거가 필요하다고 봤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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