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비서실 기강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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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 비서실의 기강 해이 현상이 심각하다. 청와대 행정관이 한.미 간 전략적 유연성 협상내용을 담은 문건을 정치권에 통째로 유출하는가 하면 가정불화로 부인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청와대 비서진의 이런 모습은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런 수준의 사람들이 대통령을 보좌하니 보좌가 제대로 되겠는가. 왜 이런 일이 유독 이 정부에서 잇따라 발생하는지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 비서진의 행태가 사회문제화한 사건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 도덕성과 기강 와해 유형이다. 그 징후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 방미 기간 중 직접 청와대로 전화했을 때 아무도 받지 않은 데서 드러났다. 그 직후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새만금 사업 현장을 시찰한다는 명목으로 가족들과 함께 소방 헬기를 이용하고, 7급 사진사가 사진을 유출한 사건도 있었다. 또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라는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물러났고, 부속실장은 공용차로 지방에 내려가 형사사건 피의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 둘째는 이념형 내지 확신형이다. 한.미 협상에 불만을 품고 정치인에 외교문건을 내주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계급갈등과 강남 거주자.가진자에 대한 불만을 부추기는 글을 올린다. 셋째, 감싸주기 행태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치음모론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언론을 험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맞받아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이 도대체 왜 이럴까. 공직자로서, 또 청와대 비서진으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된 처신이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누를 끼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리 없다. 대통령이 '동지'니 '친구'니 하면서 온정주의로 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청와대를 더 이상 국정 운영의 실험실이나 정치 동지들의 친목회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