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티켓 35만장 쥔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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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취리히의 iSe 본사에서 월드컵 귀빈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조지 테일러 사장.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iSe사엔 요즘 각국에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오는 6월 9일 개막되는 월드컵축구대회 입장권 중 10%(35만장)의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이 회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 창업자로 대표를 맡고 있는 조지 테일러(56) 사장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국제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선 거물로 알려져 있다. 프란츠 베켄바우어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세계 최대 패스트 푸드업체인 맥도널드의 스포츠 마케팅 자문역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는 세계적 광고.커뮤니케이션 회사인 일본 덴츠와 프랑스 프블리시스 그룹을 대주주로 끌어들이고,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월드컵의 '귀빈 프로그램' 판매 독점권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귀빈 프로그램이란 입장권과 함께 식사.주차 등 각종 편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이다. 서비스 내용에 따라 스카이박스, 엘리트, 프레스티지, 프리미어 등 네 가지가 있다. 가장 비싼 스카이박스는 20여 명이 한 경기장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를 식사.여흥 서비스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33만6000유로(약 4억여원)나 된다. 가장 싼 프리미어는 633유로를 내면 별도 공간에서 경기를 보면서 음료를 제공받는다.

너무 비싸지 않으냐는 지적에 그는 "가격이 적정한지 검토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며, 이미 80% 이상 팔렸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판매된 물량 중 95%는 기업이 사갔다고 했다. 고객과 함께 월드컵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 선물 용도로 구입한다는 것이다. 개최국인 독일 기업들이 70%를 사갔고, 영국.일본.호주 기업 등도 주요한 고객이란다.

그는 한국이 맞붙을 토고.스위스.프랑스 경기도 1000장씩 프레스티지 티켓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두장 단위로 팔며 가격은 한국-토고전은 한 장 당 1000유로, 나머지 두 경기는 각각 1200유로 정도다. 하지만 상대국에서도 주문을 계속 해오고 있어 구입하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정확한 구매 정보는 FIFA 홈페이지에 떠 있는 iSe 안내정보를 참조하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월드컵 티켓 판매 수입에 대해선 함구했다. FIFA 계약에 위배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지난해 귀빈 프로그램 판매 독점권 대가로 FIFA에 1억7000만 유로를 지불했다"며 "위험을 많이 감수한 만큼 수익도 많은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돌려 말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비빔밥과 빈대떡을 즐기는 한국통이다.

취리히=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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