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부회장 첫 공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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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석영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의 거취가 연임에서 사임으로 급반전됐다.

무협은 20일 오후 1시 보도자료를 내고 이희범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26대 회장단 및 이사회를 개편했으나 이 부회장은 연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시간여 만에 이를 뒤집는 자료가 다시 나왔다. 이 부회장이 즉시 사임하고 새 부회장을 공모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무협의 해명은 이렇다. 이날 회장단과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열린 전형위원회에선 이 부회장의 거취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가 재선임되면 지난달 취임한 이희범 회장과 한영수 전무 등 무협 회장단의 '빅3'를 산자부 출신이 모두 차지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산자부 장관, 이 부회장은 산자부 차관보, 한 전무는 산자부 관리관을 각각 지냈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전형위원회에 앞서 이 회장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이 소식을 6명의 전형위원회 위원들에게 바로 알렸고, 전형위원회는 공모를 통해 새 부회장을 뽑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보실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이 회의를 끝내고 열린우리당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곧바로 여의도 전경련 회관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도 다른 회의에 참석하느라 연락을 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공보실은 전형위원회가 끝난 오후 1시쯤 이 부회장이 재선임됐다는 자료를 내놨다. 간담회를 마치고 뒤늦게 보도자료를 본 이 부회장의 지시로 오후 4시가 임박해 새 자료가 나왔다.

일부에선 그러나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실수'이기 때문이다. 회의에 앞서 준비된 인사안에서도 이 부회장이 연임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마음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작스레 결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무협은 이날 김희철 ㈜벽산 회장 등 15명을 비상근 부회장으로 재선임했다. 현 부회장 중 장영신 애경 회장과 팬택 박병엽 부회장 등 3명이 사임해 회장단은 20명에서 17명으로 줄었다. 무협은 또 모두 145개 기업으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중소기업이 102곳(71.8%), 지방소재 기업이 55곳(37.9%)을 각각 차지해 비중이 커졌다. 비상임 감사로는 한영전자㈜ 한영수 사장과 한솔제지㈜ 문주호 사장이 선임됐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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