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황제 테니스' 진실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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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이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국내에서 불거진 사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시장이 서울시 소유의 테니스장에서 '황제 테니스'를 즐겼다는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이 시장이 미국에서 "돈 없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한 발언이다.

전자의 경우 이 시장은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이 시장 측은 보도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과장.왜곡됐다고 반박하면서도 어떻든 반성할 부분이 있음은 시인한 것이다.

돈과 정치를 연관시킨 발언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돈이 있든 없든 깨끗하게 돈 번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과거 이 시장의 언행을 돌이켜 보면 결코 억울하다고만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 시장은 2002년 7월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자리에 아들과 사위를 참석시켜 사진촬영을 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이던 이회창 전 총재까지 수습에 나서야 했다. 초년병 서울시장 때 이미 월권(越權)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4년이 흐른 지금 이 시장은 대권 도전자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이 시장이 또다시 월권 의혹에 휩싸이자 한나라당 내부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언 파장도 그렇다. 이 시장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한 시사주간지에 이 시장이 "노무현.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말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회장 전 총재 측이 반발하자 "진의가 왜곡됐다"는 해명과 함께 즉각 사과했다. 이번 방미 전에는 여기자들과의 만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서울시 공무원을 모두 화나게 할 만한 얘기를 꺼내 '설화(舌禍)'를 겪었다.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높다. 이해찬 전 총리의 낙마가 이 시장에게 귀중한 간접 경험이 됐으면 한다.

강주안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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