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창당한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가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만났다. 안 대표는 미소 띤 얼굴로 "아이고 어서오십시오"라며 조 대표를 맞았다. 안 대표가 내민 손을 잡은 조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이후 공개 발언이 끝날 때까지 조 대표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여야 대표 잇따라 예방
안 대표는 조 대표에게 "당 대표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여성 당 대표가 세 분이 돼 트로이카 시대가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조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여성 당 대표다. 안 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입을 꾹 다문 채 정면만 바라보던 조 대표는 "서로 갈 길은 다르지만, 우리가 원래 같이 출발했던 만큼 서로 국회에서 같이 할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은 민평당과 뜻을 함께하는 이상돈·박주현·장정숙 등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출당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안 대표는 이들에 대해 여러 차례 "소신에 따라 탈당하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비례대표는 출당 조치를 받을 경우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진 탈당할 경우 그럴 수 없다.
조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쪽(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에 합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신 만큼 민평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원칙적인 부분을 말씀드렸다"며 출당 불허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은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로, 앞으로 그런 부분은 차기 지도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선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추 대표가 "손님이 오셨습니다"라고 환영하자 조 대표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뒤에는 재차 손을 잡고 무어라 속닥이며 웃기도 했다.
앞서 안 대표와의 만남 때는 "(창당을)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거라고 믿겠다"고 덧붙였던 조 대표는 추 대표에게는 "따뜻하게 환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추 대표는 "여성 당 대표가 뭉치면 못 해낼 일이 없다. 새로운 결의와 각오가 남다른 때다. 앞으로 협치의 중심에 서 달라"고 당부했다. 조 대표는 "개혁·진보 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정의당·민평당까지 여성 3인이 당 대표가 됐다. 개혁 과제를 위해 협치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취임 턱'을 내겠다"며 3당 여성 당 대표의 오찬 회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예방한 자리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대표는 "민평당 창당을 계기로 개혁 입법에 힘을 내고 국민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조 대표는 "정의당이 진보와 개혁의 선두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보고 있었다"며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개혁과제 완수를 위해 협력하자"고 화답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