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문제삼으니 해고…” 이번엔 언론사, 女PD의 ‘미투’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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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사회 각계의 '미투'(#MeToo)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직 PD가 지역 언론사 간부의 성희롱을 폭로하고 나섰다. [사진 jtbc 방송 화면 갈무리]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사회 각계의 '미투'(#MeToo)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직 PD가 지역 언론사 간부의 성희롱을 폭로하고 나섰다. [사진 jtbc 방송 화면 갈무리]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의혹 사건 등 검찰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직 PD가 자신의 실명은 물론, 얼굴까지 공개하며 전직 언론사 간부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사내 성희롱을 문제 삼다가 두 차례나 해고 통지를 받은 강민주 前 전남CBS PD의 인터뷰가 나왔다.

인터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2016년 수습PD로 전남CBS에 입사했다. 당시 보도국장이던 A씨의 성희롱 발언도 이즈음 시작됐다.

방송에는 A씨의 성희롱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보도됐다. 녹취록에는 A씨가 강 전 PD에 “독서실 가 보면 6시간 동안 안 일어나는 여자애들이 있어. 그 여자애들은 엉덩이가 안 예뻐. 조심해야겠지?”라고 말한 부분이 담겼다.

또 이 언론사 모 본부장은 강 전 PD가 있는 채팅방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올렸고, 자신의 첫 경험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에 강 전 PD는 사측에 공식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다”, “분위기를 못 맞춘다”는 말뿐이었다고 강 전 PD는 전했다.

황당한 일은 계속됐다. 2016년 10월 수습기간이 끝난 강 전 PD에 사측이 해고통보를 한 것이다.

강 전 PD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낸 뒤 CBS 본사에도 감사를 요청했다.

CBS 본사는 사진을 올린 본부장에게 성희롱 행위를 인정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지만, 성희롱 발언을 한 보도국장에게는 인사권이 전남CBS에 있다는 이유로 ‘징계 권고’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PD는 이후 전남CBS 이사를 비롯해 사측의 회유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사측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강 전 PD의 업무능력과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위원회는 합리적 이유 없이 강 전 PD의 채용을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에 강 전 PD는 지난해 5월 복직하고, 보도국장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같은 결정이 있고, 6개월 뒤인 그해 11월 사측은 다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강 전 PD에 2차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사측은 성희롱에 대한 문제제기로 강 전 PD를 해고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보도국장은 근거없는 발언으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 전 PD의 주장을 부인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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