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마흔 넘어 훌쩍 떠난 … 인도 살이 4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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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코친에서는 저녁에 샛별이 뜬다
이기숙 지음, 통키, 270쪽, 9000원

"떠나기 전 몇몇 친구는 내가 마치 구도여행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부러워하기도 했다.(…) 더러는 뉴스에 나오는 대로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덥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불편하게 살아갈 나의 앞날에 동정심 반 걱정 반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저자는 2001년 마흔이 넘은 나이에 가족과 함께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의 소도시 코친으로 이주하던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그 역시 출발할 때는 친구들의 생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여행자이자 제3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은 빈부격차와 왕따 문제를 누구보다 실감하는 생활인이 됐다. 이 책은 때론 고되고 때론 즐거웠던 인도살이의 충실한 기록이다. 수시로 출몰하는 도마뱀, 툭 하면 끊어지는 전기, 들끓는 모기떼, 지독한 더위 등과 벗삼은 4년 세월이 차분하게 그려진다. 인도살이를 버텨내게 했던 주민들의 따뜻한 인심도 빠지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인도의 현재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일독할 만하다. 본지 NIE(신문활용교육)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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