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불 … 실화 ? 방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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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6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서 불이 나 건물 3개 동이 탔다. 불은 한국 소방차 60여 대가 동원돼 3시간 만에 진화됐으며, 한국인 직원 3명이 다쳤다. 경찰은 현장에서 50대 여성 용의자를 붙잡아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 119 소방차 60여 대 출동=불은 오전 1시33분쯤 서울 용산동 2가 미 육군 한국지원단(KSC) 사무동(1326동) 노무실 근처에서 발생했다.

당시 건물 안에서 잠자던 한국인 직원 10여 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불은 낡은 목조건물이 밀집한 인근 한국인 노무단 사무실과 자재창고로 옮겨 붙었다. 불길이 더욱 번지자 미군 측은 119에 지원을 요청, 소방차 63대와 소방대원 230여 명이 투입돼 3시간여 만인 오전 4시28분 불길을 잡았다. 이모(52)씨 등 한국인 직원 3명은 얼굴과 가슴에 화상을 입었고, 건물 3개 동이 모두 탔다. 미군 측은 "불이 난 곳이 탄약.폭발물 등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어서 큰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50대 여성 용의자 조사 중=불이 꺼진 뒤 서울경찰청 화재감식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미군 범죄수사대(CID) 등이 즉시 현장감식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와 실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전 1시50분쯤 화재 현장에서 권모(여.5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권씨는 경찰에서 "(미국의) 테러를 응징하려고 영내에 몰래 들어가 라이터로 불을 지르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지난달부터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나에게 핵폭탄을 터뜨리려고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권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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