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향기] 호랑이 "으르릉" 왜 으스스한가 했더니 초저주파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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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 주위에는 다양한 소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소리 중에는 우리가 분별해 낼 수 있는 소리도 있지만, 파장이 너무 길거나 짧아 분별해 낼 수 없는 소리도 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진동수 20~2만㎐ 사이의 가청음이다. 이에 반해 진동수가 2만㎐ 이상인 '초음파', 진동수가 20㎐ 미만인 '초저주파'는 사람에게 들리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초저주파는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암코끼리가 멀리 떨어진 수컷을 유혹할 때 초저주파를 내는데, 그 진동수가 5~50㎐이다. 코뿔소와 고래 등도 멀리 떨어진 동료와의 의사소통에 초저주파를 이용한다. 이는 초저주파의 파장이 길기 때문에 멀리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호랑이의 초저주파와 같이 상대를 떨게 만드는 작용도 한다. 영국에서 17㎐가 나는 초저주파 발생 음을 750명에게 들려주고 설문을 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교회나 성당에서 신도들이 경외심을 느끼는 이유도 파이프 오르간이 내는 초저주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핵폭탄이 터지거나 핵실험을 진행할 때도 초저주파가 발생하는데, 이런 특성을 이용해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한 초저주파 관측소가 전 세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즉, 어느 곳에서 핵실험이나 핵폭발이 일어나면 핵실험 감시 장치인 초저주파관측소에서 0.002~40㎐의 초저주파를 잡아내 그 진원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고, 핵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런 초저주파를 그냥 둘 리가 없다. 냉전 시대인 1950년대에는 초저주파를 무기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최근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기지 방어용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초저주파가 인간에게 구토나 어지럼증을 유발한다는 점을 이용해 시위대나 대규모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한 진압용 무기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라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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