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한솥밥 사외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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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계열사의 전직 임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사외이사 두 명 모두 롯데 출신이다. 롯데월드 상무를 지낸 홍성대(67)씨와 롯데 캐논 전무를 지낸 임겸모(69) 씨다. 임기 2년의 두 사외이사는 내년 3월까지 일한다. 두 명의 사외이사를 둔 롯데삼강도 서충평(66) 전 롯데알미늄 가공사업본부장과 민병환 (59) 전 호남석유화학 이사가 사외이사다. 역시 두 명의 사외이사를 둔 롯데칠성도 김태승(73) 전 롯데호텔 잠실점 총지배인과 송홍선(69) 전 롯데호텔 상무가 사외이사다. 롯데미도파는 허육(65) 전 롯데리아 개발 담당 이사가 사외이사로 일한다.

이들 회사의 감사도 대부분 롯데그룹 임원 출신이다.

최근 상장한 롯데쇼핑은 롯데호텔 상무 출신인 오정환(65)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롯데는 그를 포함해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과 윤세리 변호사, 손성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박무익 한국갤럽조사연구소장 등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해 30일 열리는 주총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현행법은 대주주의 전횡방지 등을 위해 상장기업에 사외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상장기업 중 자산 2조원 이상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2조원 미만 기업은 25%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계열사 임원은 퇴직 후 2년 안에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변호사는 "사외이사는 대주주나 경영진과 독립적인 인사가 경영활동을 감시하게 하는 제도인데 사외이사가 대부분 전직 임원으로 채워진다면 그런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전직 임원의 사외이사 임명 요건을 현행 퇴직 후 2년에서 5년 이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를 감안할 때 다소 무리가 있음을 인정하며 앞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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