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연구소 출범+재야 학술 운동 궤도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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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학계에서 소장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어온「학술운동」이 본격 궤도에 오르고 있다.
16일 서울 서교동에 문을 연 한국사회연구소 (소장 정윤형홍익대교수)는 84년 7월 설립된 한국산업사회연구회(회창 김진균서울대교수)를 비롯, 최근 3, 4년 사이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재야학술단체와 궤를 같이하는 모임이지만 「연구소」의 형태로 출범, 재야학술단체의 새롭게 발전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학술운동」이란 제도권의 교육연구기관이 객관성을 내세워 현실문제에서 유리된채 「학문을 위한 학문」에 빠져버렸다는 비판에서 시작된 운동.
우리 사회에 넘쳐흐르고 있는 사회변혁의 물결에 학문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한다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소장학자들의 문제의식과 관심을 대학원등의 제도권 교육·연구기관에서 거의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생겨난 것이 소위 재야학술단체들이다.
그러나 이들 재야학술단체들은 단지 소장연구자들의 연구모임으로만 기능을 해왔을뿐 사회변혁에의 적극적 참여에는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
새로 설립된 한국사회연구소는 단순한 연구모임의 형태를 벗어나 「제도권」에서 수용 못하는 학문의 현실대응력을 산출할 구체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단계 발전된 형태다.
이 연구소의 설립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60여명. 이돈명(변호사) 백악청(서울대교수) 김중배(동아일보논설위원) 문정현(천주교신부)씨등 연구소의 운영방향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이사진17명, 연구과제를 심의·조정하고 지도하는 연구기획위원(소장파교수중심)10명, 연구원(석사학위이상소지자)30여명등이다.
이들이 내세운 설립목적은 한국사회의 제부문(자본주의 재생산구조·노동·농촌·국가재정·통일문제·국제관계등)에 대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연구결과는 출판사를 설립, 월간『사회상환보고서』를 발행하고 각종 출판물을 통해 사회에 환원시킬 계획이다.
이밖에 연구결과의 사회환원을 위한 사업으로 교육사업·토론회및 강연회등도 마련할 예정.
연구소 유지비용은 각종 연구·조사 프로젝트의 유치, 출판물 판매수익, 후원금 모금등을 통해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학술운동단체들이 대체로 공통적인 관심을 표명해왔던 주제는 우리 사회의 성격구명을 위한 「사회구성체 논쟁」.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논쟁은 구체적 부문에 대한 연구결과의 토대없이 진행돼 다소 소모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이론의 토대가 되는 구체적 조사연구작업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사회연구소를 비롯한 연구단체들의 활동은 학문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운동으로서의 학문」 을 궤도에 오르게 하는 구체적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모은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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