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교과서적 공격 역시 "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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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보다 정교한 세트 플레이를 개발하라.』
유공이 2연승을 구가하며 단독 선두로 쾌주하고 있는 가운데 88프로축구 대권 고지를 넘보고 있는 프로 감독들에게 내려진 작전 명령이다.
9일 안양 (유공-럭키금성) 포항 (포철-현대)에서 각각 벌어진 시즌 3주째 경기는 이같은 경험적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이날 지장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유공은 그림 같은 세트 플레이를 구사, 값진 승리를 낚아챔으로써 스탠드를 메운 1만5천여 홈구장 팬들의 찬탄을 불러일으켰다.
유공에 승리를 안긴 신동철의 선제 결승골과 이광종의 결승골은 교과서적인 세트 플레이의 좋은 예였다.
유공은 혼전을 벌이던 후반 6분쯤 LK김준현이 럭키금성 문전으로 센터링하자 장신 김용세가 짧게 패스, 뒤따르던 신동철이 럭키금성 GK 차상광을 제치고 가볍게 밀어 넣어 선제 골을 뽑아냈다. GK 차상광으로서는 도무지 손쓸 겨를 없이 내준 절묘한 습격이었다.
후반 25분쯤 이광종에게 허용한 추가 골 역시 마찬가지. 이날의 수훈 감 황보관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단독으로 치고 들어가다 페널티에리어 좌측에서 길게 센터링하자 이미 문전으로 쇄도하던 이광종이 논스톱 토우 킥을 성공시켜 럭키금성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이 역시 럭키금성 수비진과 GK로서는 순간의 허를 찔린 속수무책의 예공이었다.
반면 최순호(최순호)를 공격형 링커로 포진시킨 럭키금성의 공격진은 번번이 중앙 돌파만을 시도하는 졸 공으로 차단 당하기 일쑤여서 좋은 대조를 보였다.
럭키금성은 전반 13분 최진한의 헤딩슛 찬스와 후반 13분 및 20분 각각 강득수와 최순호가 결정적인 슈팅과 득점 찬스를 어처구니없이 놓치고 말아 관중의 야유만 자아냈다.
또 포항 경기에서 포철은 후반 35분 장신 김홍운 (1m89cm)을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가 격증, 결승골을 뽑아 내 이렇다할 대안 없이 공간 축구만을 고집한 현대 호랑이를 연패의 수령으로 몰아넣었다.
세트 플레이는 현대 축구의 꽃. 기량·체력이 엇비슷한 수준끼리의 다툼에선 세트 플레이만이 승리를 가름하는 열쇠임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이날 유공·포철의 쾌거는 한층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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