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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역사 인식과'3.1절 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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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대인들은 자녀가 강인한 인성을 갖도록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게 한다. 유대인은 승리한 날보다 패배한 날을 더 철저하게 기린다. 패배를 막기 위해 왜 망했는가를 먼저 연구한다.

유대인이 가장 비통하게 여기는 절기는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날을 기억하는 '티샤 바브'다. 역사적으로 성전은 두 번 파괴됐다. 기원전 586년 바빌론에 의해, 기원후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 불태워졌다. '티샤 바브'9일 전부터 당일까지 결혼.기쁜 축제.고기.포도주.새 옷 등을 금지한다. 피 흘리는 것을 조심하기 위해 수염을 깎지 않는다. 부부관계도 하지 않는다. 조상들의 고통을 체험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교육받은 개인이나 민족이 좀 출세했다고 과거 고난을 잊고 세속의 쾌락 문화에 물들 수 있겠는가. 유대인의 우수성은 자녀에게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게 해 마음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

3.1절은 우리 조상들이 일제 침략에 항거해 독립 만세를 부르며 피 흘린 날이다. 8.15의 해방된 축제의 날이 아니다. 사망자가 7509명, 상해자가 4만5000여 명이었다.

그런데 그날 한국에선 총리와 교육부 차관이 기업인들과 골프를 치고, 노조는 자기 이익을 위해 파업을 했다. 조상의 아픔에 동참하는 의미로 금식은 하지 못할망정 이럴 수가 있는가.

유대인의 영재교육 이전에 그들의 인성교육을 본받을 때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친일파 청산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2세들에게 올바른 고난의 역사의식부터 가르쳐야 한다.

현용수 미국 쉐마교육연구소 소장 전 명지대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