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 판정'미국, 대회 먹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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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8회 초 판정을 번복해 일본 선수의 아웃을 선언한 미국인 밥 데이비슨 주심에게 오 사다 하루(왼쪽) 일본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애너하임 로이터=연합뉴스]

13일(한국시간) 미국-일본전에서 일어난 판정번복과 텃세판정 논란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지구촌 최고의 야구잔치'에서 '미국의,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집안 잔치'로 전락시킬 논란의 소지를 제공했다.

3-3으로 맞선 8회 초 일본 공격. 1사 만루의 결정적인 찬스를 잡은 일본은 이와무라의 좌익수 플라이 때 3루 주자 니시오카가 홈을 밟았다. 미국 포수의 어필(3루 주자가 일찍 출발했다는)은 처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벅 마르티네즈 감독이 재차 항의하고, 주심 밥 데이비슨이 2루심 브라이언 나이트의 조언을 듣고 난 뒤에는 스타트가 일찍 이루어졌다며 아웃이 선언됐다. 일본은 허탈해졌고, 미국은 기세가 살았다. 경기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미국은 9회 말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끝내기 안타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데이비슨 주심은 "3루 주자의 태그업 상황 판정은 루심의 판단이고, 내 판정은 아웃이었다"라고 소신있게 말했지만 오사다하루 일본 감독은 "가장 가까이 있는 심판(3루심)이 세이프를 선언했는데 주심 혼자 그 판정을 뒤집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4심 합의라도 있었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데이비슨 주심은 2루심과만 상의했을 뿐 4심 합의는 하지 않았다.

오사다하루 감독은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이 같은 판정이 일어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 판정이 번복되었다는 것은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본의 리더 이치로도 "메이저리그는 일본의 프로 선수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무대다. 그런 메이저리거들을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정말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돌려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유에스에이 투데이 등은 "텔레비전 중계화면을 재생해 본 결과 판정 번복은 잘못됐으며 니시오카는 좌익수인 랜디 윈이 공을 잡기 전에 출발하지 않았다"며 심판의 판정이 오심임을 지적했다.

애너하임=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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