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가둔 '자물쇠 계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2시간57분 동안 손에 땀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는 승부. 드라마는 이제 한국 야구의 공식이 됐다. 이종범의 안타와 이승엽의 홈런, 그리고 박찬호의 마무리. 그 승리의 파노라마 뒤에는 언제나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진다.

한국 야구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2-1로 꺾고 4강 진입에 초록불을 켰다.

▶이종범 안타-이승엽 홈런

1회 말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멕시코의 중심을 무너뜨렸다. 번개 같은 속공. 1사 후 2번 타자 이종범이 좌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이승엽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멕시코 선발 로드리고 로페스의 몸쪽 직구를 걷어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서재응 선발 호투

1라운드에서도 대만전 선발로 나와 호투했던 서재응은 5와 3분의 1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2-0으로 앞선 3회 초 가르시아에게 솔로 홈런을 내줬지만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별명답게 볼넷 하나 없는 완벽한 제구력으로 멕시코 타자들을 줄줄이 돌려세웠다. 서재응은 6회 1사까지 61개를 던져 선발 제한 투구수(80개)를 많이 남겼으나 한국 벤치는 특유의 '한 박자 빠른 교체'로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자물쇠 로테이션

한국 야구는 1라운드 내내 최적의 투수교체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WBC 8강팀 가운데 가장 낮은 팀방어율(1.00)이 구원투수진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날도 구대성(6회)-정대현(7회)-봉중근(8회)-박찬호(9회)로 이어진 투수진은 완벽하게 타자들을 봉쇄했다.

▶박찬호, 승리의 히딩크 어퍼컷

1점차 리드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카스티야에게 안타를 맞은 박찬호는 4번 타자 두라소를 2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이 사이에 1루 대주자는 2루에 갔다. 주자는 패스트볼로 3루까지 진출, 동점위기에 몰렸으나 박찬호는 헤로니모 길에게 볼카운트 0-3에서 내리 3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어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 히딩크 어퍼컷 세리머니. 이제 어느새 낯익은 장면이 됐다. 한국은 14일 낮 12시(한국시간) 홈팀 미국과 2차전을 벌인다.

한편 미국은 판정 논란 속에 일본을 4-3으로 꺾었고, 2조의 쿠바와 푸에르토리코도 각각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를 꺾고 1승씩을 기록했다.

애너하임=이태일 기자

"투수들이 아주 잘 던졌다"

▶김인식 감독 말=투수들이 너무 잘 해줬다. 공격에서 아쉬운 부분이 한 군데 정도 있지만 만족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4강에 올라가기 위한 세 게임 가운데 한 게임만 이긴 것뿐이다. 두 게임 이상 이겨야 4강에 올라간다. 내일 미국전이나 16일 일본전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한 경기에 집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대회 운영과 심판 문제에 대해 묻는 분이 많은데 첫 대회고, 무엇보다 세계야구 보급이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해하려고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