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 황제 골프 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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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오른쪽)과 유기준 의원이 11일 부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을 방문, 최인섭 사장을 상대로 '골프 파문'진상조사를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는 '황제 골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진상조사단(단장 유기준 의원)이 11일 아시아드 골프장을 현장 조사한 뒤 내놓은 주장이다. 황제골프는 앞뒤 조와 간격을 여유 있게 벌려 라운드하도록 배려 받은 특혜 골프를 말한다. 앞 조가 눈에 띄지 않아 기다릴 필요가 없고, 뒷 조가 따라오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골프다.

◆ 예약시간 늦췄나=유기준 의원은 1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회견을 열고 "이 총리 일행이 골프를 시작한 것은 당초 예약된 9시보다 20분 늦은 9시20분쯤"이라며 "이는 다른 그룹과 이 총리 일행을 마주치지 않게 하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규정상 1부 마지막 티업(골프 시작) 시간은 9시이지만 규정을 벗어나 20분 늦게 시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주장이다. 이 총리 일행 뒤의 그룹은 규칙에 따라 오전 11시쯤 골프를 시작했고, 1부 예약은 평소 20그룹보다 4그룹이 적은 16그룹이었다.

이 총리 일행은 당일 오전 7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했고, 공휴일인 탓에 차가 막히지 않았다면 오전 8시40분~45분 골프장에 도착했을 것으로 유 의원은 추정했다.

골프장 측은 "평소 1부에 20팀 정도 예약하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이날은 16팀이 예약해 배치에 여유가 있었다"며 "총리 일행의 티업이 오전 9시로 예약돼 있었지만 도착이 늦어져 티업이 늦어졌고, 당시 손님들이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여유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골프장 관계자로부터 "예약은 가명으로 이뤄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아예 예약을 하지 않고서 황제 골프에 편한 시간에 '끼워 넣기'를 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했다.

◆ 목욕도 황제식이었나=첫 홀은 내기 없이 하다가 두 번째 홀에서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40만원을 캐디에게 준 뒤 2인 1조로 나눠 이긴 팀이 상금을 타는 일명 라스베이거스 방식으로 내기 골프가 진행됐다.

이 총리를 뺀 나머지 참석자들의 비용은 함께 골프를 친 기업인 중 1명이 카드로 계산했으며, 강 회장이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유 의원은 주장했다. 이는 "이 총리 그린 피는 골프장 최인섭 사장이 회원대우로 대신 내주고 다른 참석자는 각자 계산했다"는 이기우 교육부 차관의 7일 설명과 다르다.

점심식사를 마친 이 총리 일행은 오후 1시10분 후반 라운드를 시작해 3시40분쯤 게임을 마치고 목욕탕에 갔다. 황제골프 때문인지 탕 안은 비어 있었다. 골프장 측은 "이 총리 조가 1부의 마지막 팀이어서 탕 안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의 주장은 다르다. 골프장 직원이 탕 안에 있던 손님들에게 "높은 사람이 오니까 빨리 나가 달라"고 독촉했고, 이 과정에서 쫓겨난 손님 중 한 명이 "목욕비는 계산에서 빼 달라"고 프런트에 강력히 항의했다는 증언이 있다고 유 의원은 주장했다.

◆ 류원기 회장이 공항의전?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골프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는 이 총리가 오후 8시10분쯤 김해공항 의전실에 머물 때 영남제분 류원기 회장, 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함께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오전 김해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류 회장이 마중나왔으며, 골프장으로 이 총리와 함께 이동했다는 정보도 있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골프 라운드 시간 외에도 얼마든지 로비가 이뤄졌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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