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특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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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사진) 청와대 비서실장이 10일 노무현 정부 3년 동안 달라진 권력 운영과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의 각오를 밝혔다. 이 실장은 한국경제과학연구원 초청으로 열린 '참여정부,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특강에서 '국민이 답답해하는'이유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풀어나갔다.

그는 먼저 역설적 어법을 구사, "참여정부는 어떤 정책이든 화끈하고 속시원하게 풀어낸 것이 없는 진짜 답답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경제위기, 민생파탄이라는 공격과 비판 속에서도 화끈한 경기부양의 유혹과 압력을 버텨왔고 남북관계도 6.15 정상회담처럼 화끈하게 풀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 원인을 ▶노무현 대통령이 법과 원칙.절차에 충실하려 하고▶권력을 분산하고 권력기관을 민주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이 정권은 앞으로도 답답할 것이며 표 잃는 일만 많이 할 것이다. 이 정권이 해야 할 일을 절대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표를 계산하는 정권치고 제대로 정권을 창출한 정권을 못 봤다"고 후반기 국정운영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이 실장은 "과거엔 이러한 갈등상황을 권력자의 '결단의 리더십'으로 잠재울 수 있었고 언론은 이를 미화했지만 참여정부는 이 관계를 확실히 끊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화끈하고 화려한 외양은 없었지만 탄탄한 내실, 장기적 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의 허준영 경찰청장 교체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은 경찰청장의 교체를 요구했지만 (교체할) 법적 요건과 절차에 합당한 사유가 없었다"며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주장해 온) 언론과 정치권이 월권을 강요하는 상황을 답답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 운영에서 여론은 중요한 요소지만 여론이라는 일시적인 '국민정서법'에 휘말려 사실관계나 법 절차를 무시한다면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남북연방제 논의 없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때 남북연방제 논의가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현재 외교안보정책 라인에서 남북연방제와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프로세스는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 대해선 "아직 북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된 절차가 없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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