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좌파 선봉 차베스 대통령 국가 문장까지 "좌향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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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대표적 좌파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급기야 국가 문장(紋章)에 그려진 말까지 '좌향좌'시켰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7일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한 국기와 국가 문장을 바꾸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기 왼쪽 상단에 들어간 문장 속의 말 달리는 방향이 바뀐다. 기존에는 오른쪽으로 달렸으나 이젠 왼쪽이다. 또 국기에 그려진 별도 기존 7개에 남미 독립 영웅을 기리는 별 1개를 추가했다.

법안 통과 뒤 실리아 플로레스 의원은 "새 문장 속의 말은 현재의 역사적 방향에 들어맞는 것"이라며 "말의 방향 변화를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좌파 이념에 맞춰 말의 방향을 바꿨다는 말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TV에 출연해 국기 변경을 제안했다. 차베스는 문장 속 말을 애초 영국 외교관이 그린 것이라며 "제국주의의 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사 기록을 통해 보더라도 문장 속의 말은 왼쪽으로 자유롭게 달리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국기 중간에 그려진 7개의 별은 스페인에 항거해 독립선언을 한 7개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추가된 여덟 번째 별은 그 뒤 베네수엘라에 합류한 가이아나 지역을 상징한다. 차베스는 여덟 번째 별을 남미 독립운동의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를 기념해 '볼리바르의 별'이라고 명명했다. 새 국가 문장에는 또 원주민을 상징하는 활.낫.열대 과일 그림도 추가됐다.

새 국기와 문장은 12일 베네수엘라 '국기의 날'에 차베스 대통령이 직접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은 "차베스 대통령이 돌출 행위로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같은 날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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