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사임 밀어붙일 '호재'에도 최연희 의원 사퇴 늦어지자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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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환호했다. 휴일인 5일에도 5명의 의원이 당사에 나와 '3.1절 골프' 줄비난에 나섰다. 지난 1주일간 최연희 전 총장 사건으로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던 당직자들 얼굴엔 환한 미소가 돌았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해찬 총리의 거취 표명 발언을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발빠르게 논평했다. 이 총리 발언이 나온 직후였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총리 사의가 수용되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을 낼 수밖에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가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부적절한 형태의 골프(앞뒤 한 팀씩 빼고 친 여유있는 라운드)였다"거나 "라운드 멤버 중 한 명의 부인은 살인교사 혐의로 교도소에 복역 중"이라는 등의 의혹을 새롭게 내놨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부산지역 의원들과 함께 해당 골프장을 현장조사했다.

하지만 말 못할 고민도 거듭되고 있다. 성추행 사건으로 탈당한 최 전 총장의 의원직 사퇴가 예상 외로 늦어지는 데 따른 초조감 때문이다. 최 전 총장 사건은 현재 국회 윤리특위에 올라가 있다. 그가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장에선 의원직 제명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총리의 사퇴로 골프 파문이 정리되면 최연희 전 총장 건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재로 재점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다수 의원은 "최 전 총장이 이 총리 사퇴 전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은 "정치인은 고의든 과실이든 발생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총리와의 동반사퇴'를 주장했다.

핵심 당직자는 "최 전 총장 주변에서 사퇴를 만류하는 동정론이 퍼지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다른 당직자는"최 전 총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선 사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최 전 총장이 당 차원의 고강도 사퇴 압박에 서운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총리 골프 파문이라는 엄청난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고민과 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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