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우리 동네에 주유소가 사라지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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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성우 삼정 KPMG·기후변화·지속가능본부장

김성우 삼정 KPMG·기후변화·지속가능본부장

2040년, 대한민국에서 주유소가 사라지고 모든 자동차가 전기나 수소로 움직인다. 비현실적 상상인듯 하지만, 이런 변화는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2025년 혹은 2040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선언 중이다. 프랑스·영국·네덜란드·노르웨이가 선언에 동참한 데 이어, 자동차 강국 독일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방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2018년부터 무공해차 판매의무 제도를 시행하는 중국은 최근 자국 내 내연기관차 생산 및 판매 금지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도 캘리포니아 등 10개 주에서 친환경차 판매의무제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연간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매년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선언할 수 있을까? 자동차 산업 여건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국제 상황을 고려할 때 더 미룰 수만은 없다. 다행히 국내 친환경차 보급 여건은 정부 노력으로 좋아지고 있다. 우선, 환경부와 지자체의 구매 보조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더불어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구축되고 있으며, 통행료 감면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 노후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면서 국민의친환경차 관심과 정책적 요구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유·무형 인프라 구축과 함께 친환경차 보급 확산을 위해 체계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선언한다면 달성 시점과 구체적 실행 계획이 수반돼야 한다. 실행 계획에는 기존 보조금·세제 혜택은 물론, 친환경차 가격 인하에 기여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위해 모델 다양성을 늘릴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앞서 말한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계별 보급 목표 시점에 맞춰, 제조사·수입사에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친환경차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고, 점차 의무판매 비율을 높여간다면 국내 자동차 업체도 자연스럽게 친환경차 생산에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2022년까지 친환경차 200만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오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시점에서 환경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 목표를 설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현재 국내 친환경차 대수는 25만대이지만, 글로벌 트렌드와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더 늦기 전에 구체적 목표와 이행 방법에 대해 이해 관계자가 함께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김성우 삼정 KPMG 기후변화·지속가능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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