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3박4일간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고전에서 인용한 사자성어 ‘관왕지래(觀往知來)’ ‘역지사지(易地思之)’ ‘동주공제(同舟共濟)’ 등을 쓰며 대중(對中)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에서 한ㆍ중 양국이 세계 평화ㆍ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할 ‘운명적 동반자’임을 강조하며 ‘관왕지래’란 사자성어를 썼다.
그대로 번역하면 ‘과거를 뒤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뜻의 이 한자성어는 한ㆍ중이 그동안 긴밀히 협력해왔으니 앞으로도 발전적인 관계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관왕지래란 말이 있듯이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며 “저는 양국이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한자성어는 전국시대 도교 사상가 열어구가 쓴 것으로 전해지는 ‘열자(列子)’의 설부편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다. 문 대통령이 이 고사성어를 인용한 것은, 지난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긴 했지만, 과거 한ㆍ중 사이가 가까웠던 만큼 앞으로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두 나라가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열린 한ㆍ중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에게 “한ㆍ중 양국이 최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역지사지(易地思之)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역지사지’를 거론했다. 역지사지는 맹자(孟子)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비롯된 말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중국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에 관해서 한국과 중국은 각각의 입장을 갖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지사지를 인용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방중 첫날 한ㆍ중 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한ㆍ중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동주공제’란 표현을 썼다. 동주공제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물을 건너는 등 고락을 함께한다는 사자성어다. 이날 문 대통령은 “동주공제의 마음으로 협력한다면 반드시 양국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중심에 바로 경제인 여러분들이 있다”면서 “여러분의 성공이 곧 양 국가의 발전이다. 한ㆍ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욱 힘써 주십시오. 저와 한국정부도 힘껏 돕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중국도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며 공동 번영하자는 취지로 이 표현을 사용했다. 사드 갈등으로 경색된 한ㆍ중 관계를 정상화하고, 양측의 협력 없이는 번영이 어렵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