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계기수업' 논란 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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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개학과 동시에 계기수업을 하기로 했다. 주제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고 대상은 중3과 고교생이다. 전교조 임병구 대변인은 2일 "오늘부터 11일까지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점을 주제로 계기수업을 하라고 전국 16개 지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계기수업은 교육 과정과 상관없이 정치.사회적으로 중대한 주제와 사건에 대해 교사가 별도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일컫는다. 수업 시작 48시간 전에 학교장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전교조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반대' 등 노골적으로 반미를 부추기는 내용의 계기수업을 해 물의를 빚었다.

전교조의 계기수업은 이르면 3일, 늦어도 다음주부터는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9만5000명의 전교조 소속 회원 가운데 중.고교 교사는 6만여 명이다. 임 대변인은 "학생들에게 사회 현안에 대한 올바른 비판의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일정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수업 예시안과 자료를 올렸다.

수업은 사회.국어 등 교과목과 조례.종례 시간을 활용해 50분간 진행하도록 했다. 전교조는 상반된 입장의 신문사 사설과 민주노총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나눠 주도록 했다. 학생들이 자료를 보며 토론하고 서술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측은 "일부 사립학교는 30% 이상이 '기간제'교사인 곳도 있어 법안대로라면 2년마다 쫓겨나 타 학교를 기웃거릴 염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학생들과 가장 친근한 ▶수위▶영양사▶사무보조원 등 학교 종사자 10만여 명이 비정규직이라는 현실도 알려 학생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 주라고 주문했다.

◆ "너무한 것 아니냐"=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은 "전교조는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다"며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들을 노동운동에 이용하는 것은 교육자 신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바른교육권 실천행동' 문주현 사무국장도 "학생에게 선택권도 주지 않고 교사 마음대로 일방적인 수업을 하려는 것은 교권을 이용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국회 본회의에도 상정되지 않은 법안을 수업 주제로 택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선 학교장에게 수업 진행 교사를 처벌하도록 지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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