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속도 빨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연초 들어 중국 위안화 가치의 상승세가 탄력을 받고 있다.

2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8.0394위안을 기록, 지난해 연말(8.0702위안)에 비해 약 0.38% 절상됐다. 이에 앞서 전날엔 장중 한때 달러당 8.0365위안에 이르기도 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7월 21일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화에 대한 고정환율 제도를 폐지한 이후 7개월 반만에 0.87% 정도 절상된 것이다.

당시 중국 외환당국은 위안화 가치를 2.1% 전격 절상했으나 미국.일본 등 중국의 주요 교역국들에게서 절상폭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미국은 최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며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현재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하루 변동 제한폭인 0.3% 이내에서 점진적인 위안화 가치 상승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넘치는 외화로 중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의 상승압력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곧 추가적인 자본시장 자유화 조치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환관리국의 쩌우린(鄒林) 자본계정관리사장(司長)은 1일자 상하이증권보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중국 자본이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넘쳐나는 돈을 해외로 밀어내 위안화의 절상 압력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시행 시기는 4월로 예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 직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론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압박을 의식한 조치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근본적인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위안화 가치를 정상화(절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때문에 앞으로도 위안화 환율을 둘러싼 양국간의 대립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월스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권 통화들이 중국과 일본의 통화가치 절상 움직임과 맞물려 동시 강세를 보일 조짐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통화 약세를 유지해오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이는 일본과 중국의 통화정책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일본과 중국이 강한 통화를 수용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골드만삭스의 외환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 아시아권 통화는 매우 심각한 저평가 상태에 있으며 한국.대만.필리핀 통화는 달러화 대비 14~20% 절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