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는 홍종학 장관 임명 마지막까지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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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어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려 했으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홍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면서 집단 불참하는 바람에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홍종학 후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귀국하는 대로 장관 임명장을 주려던 청와대의 계획도 틀어졌다.

홍 후보자는 인사 청문 과정에서 신뢰성을 얻지 못했다. 장관은 의사결정자이자 집행자이며 정부 정책에 따라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인데, 청문회를 통해 그의 이중적 행태가 장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교수·시민운동가·의원 시절 그는 “부의 과도한 대물림은 사회 발전에 해가 된다”며 여기에 제동을 거는 법안까지 대표 발의한 사람이다. 그러나 인사 청문 과정을 살펴보면 장모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넘어 중학생 딸도 8억원어치 부를 물려받았으며 그 딸과 아내 사이에 2억원짜리 금전거래 계약서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홍 후보자를 보호한답시고 “속으로 부를 대물림했으나 겉으론 그래선 안 된다고 했으니 발언의 일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식의 궤변으로 국민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장관이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에게 따라 달라고 호소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 행진은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부’라는 이미지 때문인데 홍 후보자가 이 기준에 맞는지 의문이다. 한국당 등 야당이 그의 임명을 강행하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철학을 지키고 야당과 협치를 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홍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