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30% 절약하는 길, 스마트 빌딩에 있습니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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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17 이노베이션 서밋 홍콩'에서 만난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 일렉트릭 회장. [사진 슈나이더 일렉트릭]

'2017 이노베이션 서밋 홍콩'에서 만난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 일렉트릭 회장. [사진 슈나이더 일렉트릭]

야심한 밤, 쉴 새 없이 돌아가던 자동 생산 라인의 주요 부분에 전기가 끊어졌다면? 밤새워 지키는 사람이 없어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시설 관리 시스템이 잠들어 있는 관리자를 깨워 문제를 알려준다. 비가 오다가 개면서 사무실 온도가 올라가고 실내가 밝아졌다면? 건물이 스스로 실내 온도와 전등의 밝기를 적당하게 조정해 준다. 빌딩 냉방설비가 오래돼 전력 소비가 심하다면? 전기가 얼마나 낭비되는지 알리고, 비슷한 빌딩의 데이터를 참고해 새 설비 설치 비용과 전기요금을 계산한 뒤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건물주에게 조언해 준다.

슈나이더일렉트릭 CEO 트리쿠아 #IoT 플랫폼 활용해 모든 시설 관리 #전통방식 비해 효율성 4배 높아져 #향후 30년간 25억명 도시로 이주 #급속한 도시화 대비한 효율적 방안

글로벌 에너지 관리·자동화 전문 기업인 슈나이더일렉트릭이 관리하는 스마트 빌딩과 공장의 모습이다. 전 세계에서 120여개 기업이 이미 슈나이더일렉트릭이 구축한 이런 시스템을 일부 적용해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빌딩도, 생산시설도, 에너지 공급설비도 스마트폰 못지않게 똑똑해진 것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은 1836년 프랑스에서 설립돼, 지난해 250억 유로(약 34조원) 매출을 올렸다. 100여개 국가에 14만4000여명이 근무한다. 지난 25~26일에는 홍콩에서 ‘2017 이노베이션 서밋’을 개최해 슈나이더일렉트릭이 개발 중인 에너지·시설 관리 플랫폼과 사업 비전을 소개했다. 행사장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장 파스칼 트리쿠아(53·사진) 회장을 인터뷰했다.

트리쿠아 회장에게 에너지와 시설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다. 그는 “20년 후에는 에너지 소비가 지금보다 50% 증가하게 될 것이며, 20억명이 아직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에너지 고착 상태 해결하기 위해선 에너지를 지금보다 3배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 기술적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30년 동안 25억 명에 이르는 인구가 도시로 이주할 것이다. 향후 30년 동안 매년 10개의 홍콩이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가 더 빠른 속도로 도시화될 것이고, 그만큼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선 우리가 생활하는 생산 시설과 빌딩 관리를 효율적으로 바꿔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답은 디지털이다. 그는 “스마트 빌딩을 만들고 디지털화하면 전통적 방식보다 효율성을 4배 높이고, 최소 30% 에너지 소비 줄일수 있다. 또 투자 대비 2배 정도 많은 효용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가 행사에서 공개한 ‘에코스트럭처 빌딩(스마트 빌딩을 위한 협업 기반의 개방형 IoT 플랫폼)’과 ‘에코스트럭처 IT(데이터센터 및 주요 IT 시설을 위한 관리 시스템)’는 이런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이다. 에코스트럭처 빌딩 시스템의 핵심은 연결이다. 빌딩의 기본적인 시설 정보, 빌딩 사용 데이터, 각종 센서, 빌딩 속 사물 등 눈에 보이는 물체와 보이지 않는 데이터들 모두 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어진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한 임원은 “사무실 구석에 놓인 휴지통까지도 다른 모든 것들과 연결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연결을 통해 에너지 공급, 환기·난방·냉방 등 공조 설비, 조명, 화재 대비 시설, 보안 시설, 업무 현장 관리 설비 등 빌딩 관리 시스템 역시 통합된다. 또한 위험 설비를 점검하기 전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예행연습을 하거나, 시스템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관리 방법을 찾고 사람에게 제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리쿠아 회장은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시간·장소와 관계없이 에너지를 누리도록 하고 싶다. 에너지 접근성이 있어야 우리 삶이 계속될 수 있다. 앞으로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슈나이더일렉트릭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다. 매출 비중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9%로 가장 높다. 트리쿠아 회장은 “아시아에 세계 인구 절반이 살고 있고, 가장 빠르게 도시화·산업화·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앞으로 더 잘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홍콩=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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