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에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도 ‘반토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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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영업 정지로 출입이 차단된 중국 단둥완다점의 모습.

지난 3월말 영업 정지로 출입이 차단된 중국 단둥완다점의 모습.

올해 들어 7월까지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올 1~7월 중국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7% 줄어 #반한 정서 확산으로 투자 줄인 영향 #올 7월까지 중국내 FDI도 6.5% 감소 #저임금 매력 줄고 중국의 선별 정책에 #베트남ㆍ인도네시아로 발 돌린 탓 #

 국가별로는 한국의 대(對)중국 FDI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7월 한국의 대중국 FDI는 17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31억1000만 달러)보다 43.7% 줄었다. 미국(-37.5%)과 싱가포르(-18.6%), 일본(-3.7%)의 감소 폭을 웃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해 중국 내 반한(反韓) 정서가 확산에 따른 영업 중단과 철수 등 한국 기업의 투자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내 롯데마트를 매각하기로 했다.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와 해외직접투자 추이. 자료: 한국은행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와 해외직접투자 추이. 자료: 한국은행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대중국 FDI가 줄어드는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에너지 과다 소비 및 환경오염 분야에 대한 FDI를 제한하고 첨단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선별적 수용정책을 추진하면서 FDI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숙련공 부족과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데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 비회원국인 중국 정부가 해외 업체보다 국내 기업에 더 우호적인 것도 FDI가 줄어드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떠나는 해외 투자자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달 첨단기술제조업 등을 중심으로 한 외자진입제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해외 기업의 중국 투자뿐만 아니라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1~7월 중국의 OD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3% 줄어들었다.  과도한 자본 유출과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기업의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제한한 영향이다.

 중국의 ODI는 지난해 사상 최대수준까지 늘어났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ODI는 1830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면서 투자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외환보유액이 3199억 달러 줄고,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6.4% 떨어지자 중국 정부는 부동산이나 엔터테인 분야의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등 자본 유출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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